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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초유의 영사관 사태는 시작일뿐, 시진핑 중국몽 위협하는 美

중앙일보 2020.07.26 07:30
미국이 지난 7월 21일 텍사스 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안에 폐쇄할 것을 요구한 배경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이 외교 공관 폐쇄라는 초강수를 던지 배경에는 그간 미·중 간에 벌어진 무역분쟁과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다툼, 그리고 중국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대선 개입 시도 등에 대한 논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부른 산업정보 활동
AI 산업혁명 둘러싼 기술확보 경쟁이 불씨
중, 중국몽 하나로 경제패권국 부상 노려
지재권 무시한 채 미국 과학기술 확보 나서
중 과거 해외인재 활용 핵·미사일 강국으로
중 고질적 과학기술 스파이·해킹에 미 불만
과학 앞선 미국, 지재권이 수입원으로 중요
저작권 도용 근본적 응징 차원에서 선제공격
중 해킹에 미국 개인정보 누출 피해도 막심
미 대선개입 가능성도 우려…장기전 시작돼

중국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도용하거나 기술을 무단 확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중국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비행 장면. 외부 형태가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도용하거나 기술을 무단 확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중국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비행 장면. 외부 형태가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신화=연합뉴스

휴스턴 주변 의학·우주항공 연구단지
그렇다면 미국은 왜 하필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을 가장 먼저 폐쇄하라고 요구했을까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미국에 워싱턴DC의 대사관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일리노이 주 시카고, 뉴욕 주 뉴욕에 각각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선 비자 사무소를 운영한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는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있으며 중국계 미국인이 몰려 산다. 미국은 중국에 베이징(北京)의 대사관과 함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직할시, 랴오닝( 遼寧)성 선양(瀋陽)에 각각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홍콩 특별자치지구에도 홍콩·마카오 총영사관을 운영한다.  
휴스턴은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 못지않은 과학기술 정보 집결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휴스턴이 세계 최대 의학 연구치료센터인 ‘텍사스메디컬센터’ 클러스터의 소재지라는 점이다. 유명한 MD앤더슨 암센터와 텍사스 어린이 병원 위치해 미국 첨단 의학연구의 심장부 중 하나다. 최근의 당면 과제인 코로나19와 관련한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는 핵심 지역이다. 보건의약 관련 인력과 정보가 집중되는 지역인 셈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존슨우주센터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2024년 달 탐사 때 우주 비행사들이 방탄소년단 노래 '문차일드', '소우주', '134340'을 듣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사진 나사 존슨우주센터 트위터 캡처]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존슨우주센터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2024년 달 탐사 때 우주 비행사들이 방탄소년단 노래 '문차일드', '소우주', '134340'을 듣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사진 나사 존슨우주센터 트위터 캡처]

 
그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우주센터도 위치해 우주항공은 물론 첨단 원천기술과 관련한 정보가 양산되는 지역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7월 23일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 될 톈원(天問) 1호를 자체 로켓인 창정(長征) 5호를 이용해 발사했다고 신화망 등이 보도했다. 톈원 1호는 내년 2월 화성에 도착해 궤도 비행과 착륙, 탐사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과 옛소련뿐이다. 휴스턴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뿐 아니라 중국이 유난히 관심을 쏟아온 우주 굴기와도 관련이 큰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홍콩의 친중국 활동가들이 지난 25일 미국의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력 및 마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진을 밟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의 친중국 활동가들이 지난 25일 미국의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력 및 마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진을 밟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음은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 가능성 

사실 미국 주재 중국 외교공관 중 과학기술 정보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꼽혀왔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연구소와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관심을 쏟는 인공지능(AI) 관련 정보도 치 지역에 발원지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 지역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은 의학·약학·치의학 분야의 대학·연구 클러스터의 핵심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북미 최대의 차이나타운이 있다. 당연히 중국계 인구가 밀집돼 있어 중국인들이 정보 수집 활동을 하기에 유리하다. 중국의 추구하는 AI 굴기와 첨단기술 굴기와 관련이 큰 지역이다. 미국이 자국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추가로 폐쇄하라고 요구하게 되면 샌프란시스코가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1964년 10월 16일 중국의 첫 핵실험 장면. 해외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중국인 과학기술자들이 개발했다. 위키피디아

1964년 10월 16일 중국의 첫 핵실험 장면. 해외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중국인 과학기술자들이 개발했다. 위키피디아

 

중 귀국 과학자들 핵·ICBM 기술 개발  

중국은 1949년 신중국(공산 중국) 건국 이래 역사적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이러한 과학기술 도약을 외국에서 온 기술과 인재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1964년 10월 16일 원자폭탄 실험, 1966년 10월 27일 핵무기를 탑재한 지대지 미사일인 동펑(東風) 2호 시험 발사, 1967년 6월 17일 수소폭탄 실험, 1970년 4월 24일 창정(長征) 1호 로켓으로 인공위성 동방홍(東方洪) 1호 발사. 1971년 9월 1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 5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렇게 두 개의 핵폭탄과 하나의 인공위성(ICBM 기술의 원천) 발사로 세계 다섯 번째 핵보유국이자 독자 인공위성 발사체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에서는 이를 양탄일성(兩彈一星)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과학기술 굴기와 강대국 진입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건이다.  
미국 매사추체스공대(MIT) 박사인 첸쉐썬(錢學森· 1911~2009년), 그는 미국 퍼듀대 물리학 박사인 덩자센(鄧稼先·1924~1986년), 프랑스 소르본대 출신의 핵물리학자 첸싼캉(钱三强·1913~1992년), 영국 버밍엄대 공학박사인 야오통빈(姚桐斌·1922~1968년) 등 해외에서 공부하고 공산중국으로 돌아온 과학기술자들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주도했다. [위키피디아]

미국 매사추체스공대(MIT) 박사인 첸쉐썬(錢學森· 1911~2009년), 그는 미국 퍼듀대 물리학 박사인 덩자센(鄧稼先·1924~1986년), 프랑스 소르본대 출신의 핵물리학자 첸싼캉(钱三强·1913~1992년), 영국 버밍엄대 공학박사인 야오통빈(姚桐斌·1922~1968년) 등 해외에서 공부하고 공산중국으로 돌아온 과학기술자들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주도했다. [위키피디아]

이러한 전략무기 개발은 중국이 1971년 유엔에 가입하고 중화민국(대만)을 대신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는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1979년 수교로 이어졌다. 양탄일성은 중국이 오늘날 정치적인 강대국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런 양탄일성 프로젝트 성공의 배경에는 서구에서 공부하고 공산 중국을 선택해 일련의 귀국한 과학기술자들이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박사인 첸쉐썬(錢學森· 1911~2009년), 퍼듀대 물리학 박사인 덩자센(鄧稼先·1924~1986년), 프랑스 소르본대 출신의 핵물리학자 첸싼캉(钱三强·1913~1992년), 영국 버밍엄대 공학박사인 야오통빈(姚桐斌·1922~1968년) 등 해외에서 공부하고 공산 중국으로 돌아온 과학기술자들이 주도했다. 
영국 버밍엄대 공학박사인 야오통빈(姚桐斌·1922~1968년) 은 공산 중국으로 귀국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문화혁명 당시 지식인을 혐오한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었다. 그는 나중에 야란일성 공로자로 추서됐다. [위키피디아]

영국 버밍엄대 공학박사인 야오통빈(姚桐斌·1922~1968년) 은 공산 중국으로 귀국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문화혁명 당시 지식인을 혐오한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었다. 그는 나중에 야란일성 공로자로 추서됐다. [위키피디아]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1955년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회의에서 핵 개발 의도를 밝히고 1956~1967년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추진해 양탄일성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 배경에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과학기술 두뇌를 해외에서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옛 소련은 초기에 과학기술자들을 보내 일부 지원을 했지만, 관계가 틀어지면서 인력을 철수했다. 양탄일성을 성공시킨 중국 과학기술자들은 문화혁명 당시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홍위병들에게 맞아 죽은 야오통빈을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살았다.  

 
지난 7월 21일 미국으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은 텍사스 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 소방차가 출동해 있다. 총영사관 직원들이 기밀 서류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이를 화재로 오인한 미국 소방차가 출동했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 21일 미국으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은 텍사스 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 소방차가 출동해 있다. 총영사관 직원들이 기밀 서류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이를 화재로 오인한 미국 소방차가 출동했다. AP=연합뉴스

경제패권국 추구하며 해외인재 확보전  

해외 기술과 인재를 활용해 중국의 발전을 꾀하는 전략은 21세기 중국에서도 변함이 없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이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 2013년 3월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으면서 이른바 중국몽(中國夢 )을 추구해왔다. 경제 패권국으로 발전, 미국과 수평적 관계설정, 중국식 강대국 외교 추진 등을 지향하는 글로벌 패권국 진입 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과학기술과 기업의 노하우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해 경제 패권국 진입에 활용하려고 시도해왔다는 것이 미국의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전략가인 에이미 웹의 주장이다. 웹은 지난해 출간한 『빅 나인(Big Nine)·국내에선 토트출판사에서 같은 이름으로 번역 출간)』에서 중국이 이 과정에서 미국에 지식재산권을 무시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무단으로 확보해왔다고 지적했다.  
해외 인재를 중국에 불러들이는 천인계획의 홈페이지 모습. 웹사이트 캡처

해외 인재를 중국에 불러들이는 천인계획의 홈페이지 모습. 웹사이트 캡처

웹은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중앙정부가 2008년 가동에 들어간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들었다. 과학기술·혁신·기업 분야의 해외 거주 중국인과 외국인 인재를 중국에 영입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미국의 대학과 기업에서 일하던 고급 인력이다.  
웹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귀국자나 외국 인재들에게 이른바 ‘황금 티켓’을 제안한다. 개인 수입과 연구비 부문에서 눈이 번쩍 띌 정도로 엄청난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규제나 간섭, 행정적인 압박이 없는 연구·개발 환경도 함께 제공한다. 과학기술자들엔 꿈의 활동 환경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에게 사이닝 보너스, 즉 계약서에 서명하는 즉시 선지급하는 보너스로 기본적으로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개인연구 예산으로 300만~500만 위안(약 5억1000만원~8억5000만원)을 주고 개인에겐 주택비와 자녀 교육비 지원, 식대 보조, 이주 보상금, 배우자에 새 직장 알선, 심지어 가족 방문 여행경비 전액까지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중, 의도적으로 해외 지식재산권료 회피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기업과 연구소, 대학, 개인에게 지식재산권료를 지급하는 대신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연구자와 경력자를 중국으로 데려와 이들이 지닌 지적 재산과 기업 운영 노하우를 고스란히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권 바이패스’ 전략이다. 중국은 “중국의 3대 발명인 종이·나침반·화약에 대해 서구가 저작권료를 준 적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서구의 지재권 개념을 애써 무시해왔다.  
중국은 이렇게 영입한 인재들을 중앙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BAT’로 불리는 대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 중이다. 바이두는 검색엔진, 알리바바는 온라인 상거래, 텐센트는 인터넷·미디어로 각각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를 넘어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첨단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는 미래 경제패권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이들을 앞세워 첨단 과학기술 정보를 추적해왔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이들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자본력을 쌓게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바이두와 분야가 상당히 겹치는 미국의 구글, 알리바바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아마존, 텐센트와 중복되는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금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지재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술을 넘기는 조건으로 중국 시장에 합작기업을 설립해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기술과 노하우가 모두 중국에 넘어가면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라고 웹은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중국몽’을 내세우며 군사력과 경제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7월 30일 아시아 최대 훈련장이라는 내몽골 주르허 기지에서 벌어진 열병식에 차석한 시 주석의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중국몽’을 내세우며 군사력과 경제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7월 30일 아시아 최대 훈련장이라는 내몽골 주르허 기지에서 벌어진 열병식에 차석한 시 주석의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국무부, 지재권·개인정보·내정간섭 지적

그동안 미국은 지재권을 무시하는 중국의 이러한 관행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도 오랫동안 쌓여왔던 이런 불만이 작용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요구의 이유에 대해 “미국인의 지식재산권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데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각국은 빈 협약에 따라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 그리고 미국 내정과 관련한 모종의 행동을 했으며 이를 응징하기 위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는 뉘앙스다.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밝힌 공식 폐쇄 이유다.  
미국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 지난 24일 성홍기가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 지난 24일 성홍기가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FBI 국장, “중이 해킹으로 미 이익 침해”

눈에 띄는 것은 지재권과 함께 개인정보, 그리고 내정간섭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이는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7월 7일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한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레이 국장은 중국이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유출했으며,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이 국장은 “해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중국의 악성 활동이 우리를 24시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이는 연중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이지만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이 해킹 등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레이 국장은 “중국은 현재 FBI가 담당하고 있는 방첩 사건 5000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7년 중국 해커들이 미국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의 데이터를 유출한 사건을 지적하며 “미국의 성인이라면 중국이 당신의 개인정보를 훔쳤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최고 수사책임자가 중국이 미국의 내정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과 미국 상대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

이런 경고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해킹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7월 21일 보도한 것이 그 사례다. 이들 중국인은 최근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정보 해킹을 시도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 정부의 협조 아래 해킹을 통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체 등의 영업 비밀을 탈취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국가안전부와 협력하며 미국과 일본 등의 방위산업 업체, 무선·레이저 업체, 에너지 기업 등의 첨단기술은 물론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반체제 인사와 관련한 정보도 해킹해 중국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2개국, 42개 이상 기관·기업 전산망을 해킹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이 지난해 10월에도 중국 정보 요원과 해커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재산권을 돈을 주고 사는 대신 ‘해킹을 통해’ ‘공짜로’ ‘몰래’ 가져가고 기업의 경영과 노하우와 관련한 정보를 탈취해갔다는 이야기다.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베트남계 미국인이 지난 7월 24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가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선거전략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베트남계 미국인이 지난 7월 24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가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선거전략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행동 교정인가  

레이 FBI 국장은 “중국 정부가 배후인 경제 스파이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며 “공정한 경쟁은 환영하지만 해킹이나 절도,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VOA는 경고했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해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미국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며,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데 있다는 이야기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중국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일 뿐이라고 애써 깎아내리려고 혈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과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미국 국무부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조치의 배경이라고 밝힌 지식재산권·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내정과 관련한 혐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이번에 시작된 미·중간 뜨거운 싸움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유다. 이는 미국 기술의 무단 이전을 차단해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인공지능 산업혁명을 지연하고 궁극적으로 시 주석의 중국몽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이유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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