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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칸도 50명 넘는데" 예비부부의 거리두기 격상 걱정

중앙일보 2020.07.26 05:00
“왜 결혼식장만 제한하나요?”
지난 5일 서울시 홈페이지의 '민주주의 서울' 시민 제안 게시판에 '예비부부'라고 소개한 이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이 예비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4월 잡아놨던 결혼식을 오는 8월로 조정했다고 했다. 글 작성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문제를 꺼냈다. 
 
현재 방역 당국이 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는 1단계.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확진자가 40명을 넘고 감염 재생산 지수가 높아지면 지방자치단체가 2단계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릴 수 있다. 2단계로 올라서면 실내의 경우엔 5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된다. 실외 모임은 100명 이상이 제한된다. 결혼식과 장례식 등의 행사는 50명으로 참석 인원을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이 높은 클럽과 유흥주점 등은 운영을 멈춰야 한다.
 
광주광역시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지난 주말 예식장 4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지난 주말 예식장 4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예비부부의 호소 "결혼식장만 왜 50명으로 제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예비부부는 2단계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갈 때 '예식장'이 포함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까운 곳만 나가보기만 하더라도 카페, 음식점, 술집, 종교시설 등 50인 이상이 넘는 곳이 다반사"라면서다. 이어 "지하철 한 칸만 해도 50명이 넘는데, 그곳에선 심지어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이 예비부부는 "저런 곳들은 금지 안 하면서 왜 결혼식장만 인원 제한을 하냐"고 물었다. "예식장은 홀에서 방역 수칙 잘 지키고, 마스크하고 결혼식을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하루아침에 50명으로 제한할 수 있냐"고 덧붙였다. 꽤 오랜 시간 결혼식을 준비해 온 예비부부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시민 게시판의 또 다른 제안자 역시 예식장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예식을 취소, 연기하거나 혹은 하객 보증 인원을 채우지 못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은 나라에서 내주냐"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를 예견하고 예약을 진행한 신랑, 신부들이 도대체 몇이나 되겠느냐"며 "갑작스러운 행정명령에 애먼 신랑 신부, 그리고 분쟁을 조율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만 눈물 흘리게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방역 지침을 지키고 있지 않은 예식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방법이 옳다"며 "무책임하게 하객 수를 줄이라고 통보하고 죄 없는 예비 신랑, 신부들이 지고 가야 할 엄청난 위약금 등에 대한 대처는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광주광역시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지난 주말 예식장 4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지난 주말 예식장 4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방역 당국 원칙 따를 뿐…대책 마련 제안 중"

앞선 예비부부의 글엔 1184개의 공감이 표시됐다. 댓글도 108개가 달렸다. "일 년 전부터 준비한 결혼식은 그날 하루를 위한 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다"라거나 "실질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정책 남발은 자제해 달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예식장 인원제한을 풀어달라는 제안에 대해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이렇게 답변을 달았다. "정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감염 유행의 심각성 및 방역 조치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1~3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실행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 서울시로서는 정부가 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실행방법에 따라 조치를 취할 뿐이라는 뜻이었다. 
 
가족담당관은 "현재 서울시는 1단계로 향후 상황의 심각성 및 정부의 방역수칙 전환기준 등에 따라 단계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며 "제안한 예식장 내 차별적 방역수칙 적용 여부는 정부의 기존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방안'에 대한 추가적 지침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경기도가 지난 1일 결혼식장 등에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처음 맞이한 주말인 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파티움하우스에서 직원이 예식 시작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를 위해 1m 이상 간격을 유지해 배치한 하객 의자 사이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가 지난 1일 결혼식장 등에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처음 맞이한 주말인 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파티움하우스에서 직원이 예식 시작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를 위해 1m 이상 간격을 유지해 배치한 하객 의자 사이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제안 글에 답변을 달게 된 배경을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번 예식을 미룬 예비부부들이 식을 앞두고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결혼식 걱정에 민원을 꽤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서울시에선 예식장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2단계로 격상될 경우 예식장과 장례식장 등에 대한 50인 이상 집합금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시 예외 적용 등에 대한 요구가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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