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패션쇼② 단편 영화형]

'준지'의 2021 봄여름 컬렉션 패션 필름 'seoulsoul'. 준지의 새로운 컬렉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서울의 곳곳을 런웨이 삼아 걷는다. 사진 준지 영상 캡처.
도시를 배경으로 브랜드 정체성 녹여
높이 솟은 잠실 롯데 월드 타워와 아파트를 배경으로 힘차게 걷는 모델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번 필름에는 시청과 북촌한옥마을, 서울역과 덕수궁, 광화문 등 서울 곳곳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최첨단 도시면서도 옛것들이 혼재한 독특한 서울만의 풍경이다.
옷을 실물로 볼 수 없다는 점은 디지털 패션쇼의 약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필름 형식의 영상은 아름답고 감각적이지만 옷의 세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필름 형식의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들은 옷의 세부보다는 컬렉션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곤 한다. 하지만 준지의 영상은 시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옷이 잘 보이도록 느린 화면으로 영상을 처리하는 등 세심한 연출을 더해 옷을 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망’은 파리의 센강을 배경으로 2020-2021 오뜨 꾸뛰르(맞춤복) 컬렉션 영상을 공개했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이즐트(Yseult)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활기찬 분위기의 영상으로, 센강 위를 누비는 보트 위에서 여러 명의 모델과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텡이 작은 공연을 펼치는 형식이다. 젊음과 에너지, 기쁨 등이 느껴지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영상은 옷을 자세히 보여주기보다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파리의 센 강을 배경으로 미니 콘서트 형식의 필름을 선보인 '발망'. 사진 발망 공식 인스타그램
심오한 예술 영화 같은 패션 필름

황홀한 이야기와 독창적 이미지로 영상 자체의 예술성을 극대화시킨 '디올'의 2020-2021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 영상. 사진 디올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도 예술적인 영상 공개 대열에 합류했다. 2021 봄‧여름 컬렉션 영상의 제목은 ‘절대 일어나지 않은 쇼’. 프라다의 수장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창조한 하나의 컬렉션을 유르겐 텔러, 터렌스 낸시 등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각각 재해석한 영상이다. 단순하고 미니멀한 의상들을 선보인 이번 프라다 컬렉션은 다섯 아티스트의 시선이 더해져 각각 특별한 문법으로 재해석됐다. 지난 14일 오후 2시(현지 시각) 공개된 도합 10여 분의 다섯 개 영상은 유튜브에서 24일 기준 약 111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소 파격적인 스타일의 영상으로 ‘기괴하다’ ‘공포영화 같다’는 평도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이상하고 극적인 시대를 은유하는 현대 예술’이라는 평도 눈에 띈다.

한 컬렉션을 본 다섯 명의 예술가가 재해석한 각각의 필름을 연이어 공개한 프라다. 사진 프라다 공식 인스타그램
옷보다는 실험이 중요해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