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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서울시장 선거 악재 추가? 공공기관 이전, 금융권 반발 시작

중앙일보 2020.07.25 09: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및 정책아카데미 200회 기념 명사특강에서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 착공 13주년 및 정책아카데미 200회 기념 명사특강에서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정부·여당발로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 2’의 파장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2일 민주당 지도부에 공공기관 103곳에 대한 2차 이전 계획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책은행을 비롯한 각 공공기관에선 ‘이전 기관 명단’에 포함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KBS,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의 지방 이전 방안이 검토된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 TF’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융노조는 전날 민주당 지도부에 국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도 보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착수하기도 전에 반발부터 시작된 셈이다.
 

①금융 경쟁력은 어떻게?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 가장 촉각을 세우는 곳은 국책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정규직 임직원 숫자는 각각 1만3609명과 3304명, 1177명에 달한다. 고용인원이 적지 않은 탓에 선거마다 금융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의원들의 단골 공약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도 민주당 김성주 의원(전북 전주병)은 한국투자공사·한국벤처투자 등의 전주 이전을,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은 산업은행·국제금융센터·서민금융진흥원·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전북 이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방으로 내려갈 경우 금융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란 반론이 제기된다. 금융산업은 투자자와 투자대상, 정책당국 등 네트워크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금융기관은 지방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점도 반대론의 근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은 미국 뉴욕과 같이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곳에 집중돼 있는 게 맞다”면서 “분산 효과는 크지 않은데 핵심인력 이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과거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이던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낸 당기 순이익 5000억원 중 60%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라며 “해외 관계자를 접하고 영업을 하려면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남 나주의 광주·전남혁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전남 나주의 광주·전남혁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②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됐나?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공공기관 112곳이 입주한 혁신도시의 최근 3년 인구증가율(11.0%)과 입주기업 숫자(1425개) 등을 근거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가족 동반 이주율은 64.4%라고 한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을 기혼 가구로만 한정하면 51.4%로 떨어진다. 기혼자 직원 중 절반은 가족이 사는 서울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셈이다. 입주기업도 숫자는 1425개로 많지만, 그중 93.5%가 3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이며, 수도권에서 이전해온 기업은 224곳에 불과하다. 산업 유발효과가 높진 않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민주당의 원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 사안을 파악 중인 단계”라며 “어느 기관이 내려갈지 아직 정해놓은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③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엔?

 
여권에서는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가 악재로 작용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공기관 이전 반대’를 공약으로 걸 경우, 공공기관 종사자나 가족의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서울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 대의로는 옳더라도 종사자 한명 한명에겐 결국 서울을 떠나라는 것 아니겠냐”면서 “가뜩이나 불리한 여건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재보궐 선거의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9%)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서울 지역 응답자의 55%가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여당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여론조사 결과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인천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다. 해양경찰학교와 국립해양조사원 등 5곳이 지방으로 이전한 상태에서 인천지역 공공기관이 단 3곳이다. 특히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한국안전기술원 이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 지역 여야 의원 7명은 ‘이전 반대 결의문’을 내고 “이미 (이 지역에) 항공 및 드론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면서 “인천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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