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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법조계서 이 학교 화제라는데…영산포상고가 어디야?

중앙일보 2020.07.25 06:00
 '야단법석(야단法석)'에서는 법조계의 각종 이슈와 트렌드를 중앙일보 법조팀 기자들의 시각으로 재조명합니다. '야단法석'을 통해 법조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세요.
2018년 8월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황포돛배 나루터 인근 [연합뉴스]

2018년 8월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황포돛배 나루터 인근 [연합뉴스]

전라남도 나주시 영산강 자락에 있는 영산포상업고등학교(현 영산고).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낯선 학교입니다. 지방 소재의 상업고등학교인데다 이 학교 출신 법조인은 모두 합쳐 4명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이 학교 출신 인사 2명이 검찰과 법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둘은 중·고교 동기동창으로 '절친' 이기도 합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지방의 작은 학교 인사 두 명이 서초동에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우도 드물다"고 말합니다. 영산포상고 두 동문의 사연을 들어 보시죠. 
 

"채널A 기자 수사팀에 독립성 달라"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첫 번째 화제의 인물은 이정현(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입니다. 최근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형사1부의 지휘 라인입니다. 
 
지난 3월 MBC의 보도에서 시작한 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은 "손을 떼라"는 수사 지휘를 내려 서초동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추 장관의 서면 수사 지휘는 역대 두 번째였습니다. 
 
그 계기를 마련한 게 바로 이 차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입니다. 중앙지검은 지난달 30일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지시한) 전문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대검에 건의했습니다. 윤 총장은 이에 독립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추 장관이 수사팀 교체·변경은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여진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 차장은 주로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형사통으로 분류됩니다. 이 차장과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특출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인물"이라며 "윗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에는 윤 총장의 지시에는 사실상 '항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대신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추 장관의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어 코앞으로 다가온 검찰 인사에서 이 차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사법 행정권 남용 무죄 동의 못 해" 최창석 중앙지법 부장판사

최창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최창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두 번째 인물은 최창석(52·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입니다. 최 부장은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9년부터 11년간 검사 생활을 하다 2010년부터 판사로 활동했습니다. 최 부장은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2019년 간사) 소속입니다. 
 
지난 4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판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해 화제가 됐습니다. 최 부장은 법률신문에 "'정운호 게이트' 영장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데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올렸습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에 재판 독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동료 법관을 저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 부장은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천을 받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역임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동문수학…"절친 사이"

동갑인 둘의 인연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영산포중학교(현 영산중)를 함께 다녔습니다. 1985년부터 영산포상고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공부해 사이가 매우 막역하다고 합니다. 나주 법조계의 한 인사는 "당시 영산포상고에서 인문계 진학반이 하나여서 두 분은 매우 친하게 지냈다"며 "나주 지역에서는 두 분 모두 매우 유명하고, 평판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상고에 인문계 반이 있었다는 게 독특합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영산포중은 당시 우수한 학생들을 광주 인문계 고교로 진학시키지 않고, 영산포상고로 진학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영산고 관계자는 "당시 나주에 인문계 학교가 많지 않았었던 시절이고, 교육부가 교육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인문계 반을 따로 운영했다"며 "그때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몰렸었고, 상고에서 공부해 좋은 대학 간 친구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차장과 최 부장은 고등학교 시절 모두 법조인을 꿈꿨다고 합니다. 이 차장은 대학 입시 첫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재수해 고려대 법대로 진학했습니다. 최 부장은 2지망이었던 서울대 종교학과에 합격했는데, 그래서 이 차장이 함께 재수해서 원하는 법대에 가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하네요. 다만 최 부장은 당시 연좌제가 있던 시기라 큰아버지 문제로 법관의 길을 잠시 포기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연좌제가 사라진 이후 뒤늦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최 부장이 먼저 합격했지만, 사법시험은 이 차장이 한 해 빨리 합격했습니다. 이 차장은 어릴 때부터 매우 말라 군대가 면제돼 합격이 빨랐다고 하네요. 
 
검사 생활도 11년을 한 최 부장은 이 차장과 평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습니다.
 
최 부장은 "이 차장은 어릴 때부터 매우 말랐고 조용한 스타일의 학생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FM(모범생)'이다. 친한 사이인데 요즘에 워낙 민감한 사건을 맡아서 연락도 잘 못 하고 있다. 요즘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나는 반대로 소위 잘 노는 친구였다"며 "스타일은 달라도 나주에서 함께 공부해 같이 법조인이 돼 서로 의지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영산포상고 출신 법조인은 이 둘 이외에도 임기동(57·25기) 허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이한진(46·31기) 지산 변호사가 있습니다. 이 중 이 변호사는 나주 옆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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