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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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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강남인데 분양가 2억도 안돼…땅 없는 아파트가 진짜 로또

중앙일보 2020.07.25 05:09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토지임대부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공급됐다.[중앙포토]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토지임대부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공급됐다.[중앙포토]

2014년 12월 입주한 서울 강남의 7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는 요술 방망이 같다. 일단 분양가가 강남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1억9000여만원이었다. 게다가 최근 매매가는 9억3000만원. 5년 반 사이 4배 가량(390%) 올랐다. 이 기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강남구의 상승률이 36.3%다. 잠실 주공5단지 같은 재건축 단지도 상승 폭이 100% 수준이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보금자리지구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가성비 탁월해 가격 상승폭 훨씬 커
공급 대안 거론…낮은 사업성이 난관

세금 부담도 적다. 7억원 차익이 났지만 양도소득세는 60만원에 불과하다. 1주택자여서 9억원까지 양도세가 비과세되고 9억원 초과분만 세금을 냈기 때문이다.  
 
‘로또’ 단지의 주인공은 서울 강남구 강남지구(보금자리주택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건물만 소유하고 토지를 빌려 쓰는 집이다.
 

2007년 군포서 첫선 

최근 주택공급 확대 방안 논란 속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이 페이스북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반드시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지는 임대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도 훌륭한 정책"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7년 10월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에서 첫선을 보였다. 2009년 관련 특별법이 만들어지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자리를 잡았다. 
특별법은 제정 이유로 “토지와 건물 모두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높고, 임대주택은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며 “분양과 임대를 절충해 토지 소유권은 국가 등이 가지면서 토지를 임대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택 투기를 근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임대부는 2011년 10월 서초지구에서 59~84㎡ 358가구, 2012년 12월 강남지구에서 74~84㎡ 402가구 나왔다. 건물만 가격이 책정돼 분양가가 공공분양의 65% 정도였다. 
당시 보금자리 공공분양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어서 ‘반값’ 아파트로 불렸는데 토지임대부는 ‘반의반 값’이었던 셈이다. 싸긴 했지만 분양 당시엔 토지 소유권이 없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16년 특별법 폐지 

그러나 입주 후 일반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토지임대부 시세가 일반 분양주택의 80% 선까지 올라갔다. 서초지구 84㎡ 분양가가 토지임대부 2억여원, 일반 분양주택 3억7000여만원이었고 현 시세가 각각 10억, 13억원 선이다. 상승률은 400%와 250%로 토지임대부가 압도적으로 높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공인중개사는 “서류상 땅 소유권만 없을 뿐 품질과 입지여건이 일반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며 "몇억원 저렴해 ‘가성비’가 좋다며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 주택과 달리 토지임대부는 매달 30만~40만원 정도의 토지임대료를 낸다. 연간 400만~500만원 정도다. 집값 상승 폭에 비하면 크지 않은 금액이다. 토지 임대 기간(40년) 만료가 아직 멀어 토지 소유권 여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일반 분양주택보다 공시가격이 낮아 토지임대부 보유세 부담도 적다. 서초지구 84㎡ 올해 공시가격이 토지임대부 7억1100만원, 일 분양 8억4600만원이고 재산세가 각각 190만원 240만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토지임대부는 전세보증금을 끼고 사는 ‘갭투자’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매매 가격 차이에 비해 전셋값 차이가 크지 않아, 더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초지구 84㎡의 경우 매매가격은 3억원 차이가 나지만, 전셋값 격차는 3000만~4000만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일반분양 50%, 토지임대부 60% 정도다. 전세 수요자가 토지 소유권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토지임대부 주택은 2012년 강남지구 분양 이후 확산하지 못했다. 2016년 관련 특별법이 폐지되고 법적 근거 일부가 주택법으로 넘어갔다. 2016년 말 특별법을 부활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LH 등 공공 사업자는 장기간 토지대금을 회수할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난색을 보였고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임대형 사회주택으로 부활 

잊혔던 토지임대부 주택이 지난해부터 되살아나고 있다. 분양보다 임대 형식의 사회주택 중심이다. LH와 서울 SH공사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땅을 민간사업자에게 장기간 빌려주고 민간사업자는 임대주택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SH공사가 송파구 마천지구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42가구)을 지난해 12월 분양했다. 이미 조합원을 모집한 협동조합주택 형태다.

 
주택 공급의 대안이 되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시행자 입장에서 사업성을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토지임대부 주택 수준으로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택지조성원가에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해 토지임대료를 책정하는데, 시중 금리가 너무 낮아 적정 임대료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LH공사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 과열 우려도 크다. 과거보다 땅값이 크게 올라 토지임대부 주택과 일반 분양주택의 분양가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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