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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中영사관 폐쇄 요구했는데, 희토류 테마주가 왜 난리?

중앙일보 2020.07.25 05:00

미국이 중국 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는데 왜 테마주가 난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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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중국에 요구했다는 소식은 22일 오후에 전해졌다. 다음날 한국 증시는 개장 직후 난리가 났다. 특정 종목 주식이 급등했다. 유니온, 유니온머티리얼, 티플랙스, 쎄노텍, 노바텍 등이다. 공통점은 ‘희토류’ 관련 사업을 하는 거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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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테마주’ 주가가 오른 이유, 간단하다. 중국이 희토류로 미국에 보복할 가능성 때문이다. 희토류 수요가 폭등하면 이들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기대다. 한국이 이러니 중국은 오죽할까. 둬웨이에 따르면 이날 중국 증시에선 성허자원(盛和資源) 등 희토류 관련 중국 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다.
 
총영사관 폐쇄는 중국으로서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공격이다.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중국이 미국에 쓸 수 있는 보복 카드를 정리했다.

분명한 건 카드마다 중국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희토류(稀土類) 수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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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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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다. 전자제품과 첨단 군사장비에 반드시 들어가는 재질이라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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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 해 1만t 전후로 희토류를 수입한다. 이중 약 80% 정도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희토류 산업을 육성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회사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수년에 걸쳐 보조금을 통해 희토류 산업을 육성했으며, 이를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포함해 서방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다른 국가와 마찰을 빚을 때 희토류를 꺼내 들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 금지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자 미국에도 보복카드로 희토류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장시성의 한 희토류 정제공장을 방문한 뒤 관영 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리스크
중국 희토류 광산.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희토류 광산.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섣불리 꺼낼 수 없다는 분석도 많다. 2010년 일본은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에 일본이 비축한 희토류로 버티며 다른 지역의 희토류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중국 희토류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렸다. 2010년 97%에 달했던 중국의 전 세계 희토류 생산 비중은 지난해 70%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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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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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조 달러 이상의 막대한 미국 국채를 가졌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미 국채 가격 폭락과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리스크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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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서도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면 달러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자산의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한다. 어쨌든 세계시장은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부실 은행 구제나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가 꼭 필요하다. 미국에 타격을 주려다 도리어 자국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내 미국 기업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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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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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쓸 수 있는 무기로 세 가지를 꼽았다. 희토류 전면 수출 금지, 미국 국채 매각을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말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바이두 캡처]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바이두 캡처]

마지막으로 언급한 게 ‘미국 기업 추방’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거나, 중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미국 기업에 치명타란 거다. 대표적 기업으로 애플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주요 제품 대다수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애플로서도 중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리스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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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같은 기업이 떠나면 중국도 타격이 크다. 당장 중국 내 애플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이 대거 실직 상태가 된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세계 주요 기업은 중국에 올인했던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바꾸고 싶어 한다. 만일 애플 등 주요 미국 기업의 추방을 단행하면 이 같은 경향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중국 내 美 총영사관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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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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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른 것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큰 카드다. 명분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각종 공격에 '당한 만큼 보복한다'는 기조를 밝혀왔다. 중국 내 미국 영사관 폐쇄는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 이 기조에 맞다.
 
중국은 24일 이를 실행에 옮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 미국대사관에 “중국은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 며 “청두 총영사관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23일 관영 환구시보가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23일 웨이보에서 중국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다. 미국 영사관 폐쇄 대상지로 어디가 좋겠냐는 거였다. 1위가 홍콩 총영사관이었다. 절반 이상이 홍콩을 선택했다. 같은 날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웨이보에 "미국은 홍콩 영사관에 1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며 “그곳에 많은 사람은 무얼 하고 있나. 당연히 첩보 센터다"라고 주장했다.
 
대륙에 있는 청두 영사관보다 홍콩은 미국에 더 아플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아시아 본사가 대규모 포진돼 있어서다. 홍콩 보안법 실시에 반발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미국에 대한 항의 성격도 담을 수 있다.
리스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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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경제 및 금융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홍콩이란 상징성도 크다. 오히려 일국양제가 훼손됐다고 여기는 홍콩 시민 불만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첫 번째 영사관 폐쇄 요구 지역으로 홍콩이 아닌 청두를 선택한 것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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