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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폭탄’ 행정수도 이전

중앙선데이 2020.07.25 02:00 696호 1면 지면보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15년 만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추진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계획해 지난해까지 이전을 완료한 ‘시즌1’의 대상 기관 153곳에 버금가는 100여 곳 추가 이전을 검토 중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여권이 ‘균형 발전’에 임기 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개헌해 청와대·국회 이전”
여당 이슈 제기, 야는 찬반 엇갈려

서울대 단과대별 지방 이전도 검토
KBS·산업은행 등 103곳도 대상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2일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 대상 103곳을 추려 당에 보고했다”며 “당정이 연말까지 구체적인 공공기관 이전안을 마련해 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부터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40여 곳 명단이 포함된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방안’을 보고받았다. 이 회의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 효과에 대한 평가와 추가 이전에 따른 기대 효과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 절차와 방식을 면밀히 검토·논의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국회와 정부 부처를 움직이는 행정수도 이전은 민주당이, 나머지 공공기관 이전은 청와대와 정부가 키를 쥐는 모양새다. 공공기관 이전은 국회 입법 사안이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선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세종시 착공 13주년 기념 특강에서 “개헌을 해서 수도 이전 규정을 두면 청와대와 국회도 세종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며 “‘대한민국 수도는 세종시에 둔다’고 하면 헌재 위헌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추진 의사를 밝힌 ‘행정도시 이전 특별법’ 제정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민주당이 꾸린 ‘행정수도 이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는 27일 첫 회의를 연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더해 공공기관 이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교육·문화·금융·의료 등 생활기반 시설이 지방에 갖춰져야 국가 균형 발전이 제대로 추진된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다. 구체적으론 서울대·인천대 등 주요 대학과 KBS·EBS 등 공영방송, IBK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이 대표가 2018년 취임 직후 추린 이전 검토 공공기관 122곳에는 국책은행 세 곳과 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 등 금융 공기업이 포함돼 있었다. KOTRA와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4·15 총선 직전에도 “선거가 끝나는 대로 이전 공공기관을 확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논의 대상은 대학 등 교육 기능 분산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프랑스가 파리대학을 1~13대학으로 해체했듯 서울대를 단과대 단위로 쪼개 지방에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정이 행정수도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균형발전을 실현함과 동시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등 지역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위기 국면 전환 카드”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병준 통합당 세종시당 위원장은 이날 “제1야당은 여당 제안이 정략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새롬·윤성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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