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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가 대통령께…일 좀 작작 하시라

중앙선데이 2020.07.25 00:21 696호 21면 지면보기
21세기 군주론-국민주권 시대의 제왕학
양선희 지음, 독서일가
 

○○○ 대통령제, ○○○ 지자체장, ○○○ 기업문화. 뉴스에 자주 나오는 표현들이다. '○○○'은 어떤 단어일까. '제왕적'이다. 이 경우 ‘제왕적’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 21세기 군주론-국민주권 시대의 제왕학』의 저자에 따르면 제왕학의 실체를 모른 채 사람들이 그 껍데기만을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제왕학을 모사론(謀士論)이나 정치 공학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핵심인 ‘군주의 도(道)’는 놓친 채 말이다.
제나라 환공(그림)은 춘추오패의 수장이 됐지만 충신 관중의 말을 듣지 않고 수조와 역아를 중용했다. 사람을 잘못 쓴 환공은 결국 수조와 영아에 의해 침전에 갇혀 굶주림 끝에 죽었고 천하의 비웃을 샀다고 한비자는 전한다. [중앙포토]

제나라 환공(그림)은 춘추오패의 수장이 됐지만 충신 관중의 말을 듣지 않고 수조와 역아를 중용했다. 사람을 잘못 쓴 환공은 결국 수조와 영아에 의해 침전에 갇혀 굶주림 끝에 죽었고 천하의 비웃을 샀다고 한비자는 전한다. [중앙포토]

 

현역 언론인인 저자는 소설책을 낸 등단 작가이기도 하다. 20여년간 대통령 둘이 구속되고, 대기업 2,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제왕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볏짚 쌓듯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고, 날실과 씨실로 베틀 짜듯 책을 엮었다. 역대 제왕학들의 통찰력을 집대성했다. 태공망·관중·노자 등 ‘제왕학 스승’들의 혜안을 빌렸지만, 한비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저자에 따르면 한비자는 당대의 언론인이었다. 주장·사례·논평을 버무린 저서 『한비자』가 실은 현대 제왕학의 보고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고대 제왕학의 두 축은 용인술과 처세술이다. 사람을 잘 뽑아 적절한 일을 시키고(용인술), 왕은 그들을 감시해 상이나 벌을 준다.
관중(그림)은 제나라 환공을 도와 패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비자는 환공이 사람을 잘못 써 결국 죽고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관중(그림)은 제나라 환공을 도와 패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비자는 환공이 사람을 잘못 써 결국 죽고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됐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왕의 처세술로 ‘무위(無爲)'를 권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는 만기친람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도자가 일을 많이 하면 아랫사람들은 그럴싸하게 자기들을 포장하기 바쁘다. 
 
명분을 내세우지 않고 '잔머리'를 굴리면 아랫사람 역시 속임수를 쓴다. 좋은 형 역할을 하거나 측근을 사랑하는 것 역시 좋은 리더십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비선, 측근 때문에 위기에 몰린 역대 대통령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 소수에게만 불을 쫴주는 ‘아궁이 군주’다.
 
‘공정’은 제왕학에서도 강조하는 덕목이다. 한비자는 공정을 놓고 공자와 일전을 치르기도 했다. 불공정은 나라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통치학을 구성하는 세 요체로 법(法)·술(術)·세(勢)를 꼽았다. 법은 규율과 규칙, 술은 통치의 기술, 세는 자리다. 특히 중간 자질의 지도자는 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권세가 있어야 통치가 쉽다는 얘기다. 
 
저자는 책을 우선 전자책으로 출판했다. 주문받아 종이책을 만들어준다. 출판사를 아예 차렸다. 독립출판물이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는 대통령을 잘 뽑는 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는 게 1차 목표지만, 새로운 출판실험이 출판계에 새 기운을 불어넣기를 바란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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