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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첩약'도 건보혜택…의협, 의대정원 이어 또 뒤집어졌다

중앙일보 2020.07.24 21:09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이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건보 덕분에 지금의 ‘3분의1값 첩약’이 나온다. 첩약은 여러 약재를 섞은 뒤 달여 약봉지(첩)에 싼 한약을 말한다. 탕약으로 불린다.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통과했지만 의사협회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다. 의료계와 약계는 분노를 표했다. 
 

구안와사 등 3개 질환 적용 

이날 확정한 첩약 건보는 시범사업이다. 3개 질환만 적용한다.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월경(생리)통이다. 연간 35만명이 안면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으로 한약 처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10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연간 최대 500억원의 건보재정이 들어간다. 환자 1명당 1년에 한 번, 10일 치 첩약만 적용한다. 환자가 절반을 내야 한다. 한의원만 적용되고, 한방병원은 2022년 적용한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기자회견(오른쪽)과 한국한약산업협회의 찬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스1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기자회견(오른쪽)과 한국한약산업협회의 찬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최대 15만880원 절반만 환자부담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통상 치료용 첩약 10일 치(20첩) 평균가격은 23만9000원이다. 10월 시범사업을 시작하면 10일치 수가(15만880원)의 절반을 환자가 부담한다. 지금의 3분의 1로 줄어든다.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데도 국내 첩약 수요는 2014년 1억500만첩에서 지난해 1억1900만첩으로 증가했다. 복지부의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첩약 수요가 높다. 국민과 한방의료 이용자를 상대로 ‘건강보험 급여 확대 시 우선 적용이 필요한 치료법’을 묻자 첩약이 55.2%로 1위였다. 다음이 한약제제(18.3%), 추나요법(9.9%) 순으로 나타났다.
 
오진희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중풍이나 안면 마비는 초기 1~2년간 한방치료를 병행할 경우 회복이 빨라 향후 건보 재정을 덜 쓰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4년 청주서 시범사업 운영     

첩약 급여는 한의계의 숙원이었다. 1984년 12월부터 26개월 동안 충북 청주지역 등 26곳 한방의료기관에서 첩약 시범사업을 실시한 적 있다. 이후 2012년 10월 당시 건정심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2013~2015년 연간 2000억원을 투입하는 시범사업안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의사가 아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한약 조제권을 인정 받은 일부 약사)의 참여를 두고 내분이 생겨 없던 일이 됐다. 2018년 1월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2018년 기준 한의원(52.7%)과 한방병원(34.9%)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평균(63.8%)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올 6월 복지부가 건정심에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첩약 건보 적용을 밀어붙인다. 문재인 케어(건보보장성 강화) 이전부터 추진해온 정책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회의에서 첩약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의 시행 여부가 최종 의결된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회의에서 첩약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의 시행 여부가 최종 의결된다. 뉴스1

 

일본, 중국도 일찌감치 급여화  

일본은 1961년부터 한약(첩약 포함)에 건보를 적용한다. 물론 한의사 제도가 없어서 우리와 다소 차이가 있다. 의사가 첩약을 처방한다. 중국도 첩약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전국 기본의료보험 공표(1995년) 당시부터다. 예방·미용 아닌 치료목적에 한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의 첩약 급여화 때 안전성·유효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한약은 예전부터 오랜 기간 축적된 문헌적 근거와 사용경험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를 촉구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를 촉구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 4대악 규정 등 강력반발 

하지만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약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건보를 적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첩약급여화를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한 상태다.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날 회의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참석해 반대를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회의장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반대 침묵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비상시국에 첩약 급여가 필수의료냐’ ‘국민혈세 낭비하는 첩약 급여화 절대 반대’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등장했다.
 
의사협회는 “신약의 경우 상당한 시간과 연구로 안정성·유효성을 입증하는 반면, 첩약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한다. 의협의 주장에는 ‘한의학=비과학’이라는 본질적인 비판이 깔려 있다.
 

한약산업협, "한약 폄하" 

한의사협회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맞선다. 같은 질환이라도 다양한 첩약제조 기술이 활용될 수 있지만 이미 규격화·표준화를 위해 질환별 기준처방을 만들어놨다는 게 한의사협회 주장이다. 더욱이 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h-GMP)을 통과한 것만을 사용해야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한약산업협회 류경연 회장은 “일부 의료계 단체에서 한의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이 없다는 소리를 한다”며 “첩약이 안전성, 유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직능 이기주의에 매몰돼 한약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분위기를 바꾼 측은 소비자단체와 노동계 등 가입자 대표들이다. 건정심 위원인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급성 질환이 생겨서 병원 갔다가 치료가 잘 안 되면 국민들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약을 먹는다. 그런 사람이 많다”며 “한약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국민 수요가 엄연히 있기 때문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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