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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두 미 영사관 폐쇄" 맞불…G2, 초유의 '공관 전쟁'

중앙일보 2020.07.24 17:35
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 영사관 앞에 중국 경찰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 영사관 앞에 중국 경찰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웨이보 캡처]

 
미국의 중국 영사관 폐쇄 조치에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서 외교 공관을 둘러싼 G2의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시한 16시간 앞두고 통지
신장·티베트 정보 수집 거점…미·중 충돌 전력도
"미국이 정상화 조건 만들어야" 협상 여지도
미 "추가 폐쇄 가능"…'강 대 강' 대치 격화 가능성

 
중국 외교부는 24일 미국의 휴스턴 영사관 폐쇄 요구에 대한 맞대응으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이날 주중 미국 대사관에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고 통지했다. 미국이 제시한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 시한을 16시간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준칙, 외교 관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양국이 현재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면서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협상의 여지는 남겨놨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미국이 즉시 잘못된 관련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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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미국과 중국의 총영사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과 중국의 총영사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공세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이 중국 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직후 중국 당국이 청두와 함께 우한, 홍콩의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이 중 '청두 카드'를 꺼내든 건 상징성과 함께 실리도 고려한 선택이란 평가다. 우한 영사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이후 이미 미국 외교부 직원들이 철수한 상태라 폐쇄해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 홍콩은 미국과 국가보안법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곳이라 상징성이 있다. 배치된 미국 외교관도 가장 많다. 하지만 가뜩이나 보안법 시행 이후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영사관 폐쇄가 불러올 충격파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신장 정보 수집 거점"

폐쇄 대상이 된 청두 영사관은 미국이 인권 문제로 대중 공세를 펼치는 대상인 신장(新疆)과 티베트를 관할하는 곳이다. 영사관을 닫으면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 대한 미국의 눈을 가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지역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는 거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미·중 관계에서 상징성도 갖고 있다. 2012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미국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충돌한 곳이다. 당시 보시라이의 측근이었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은 보시라이와의 다툰 뒤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가 미국 망명을 요청했다. 왕리쥔의 신병 문제를 두고 양국이 충돌이 벌어졌고, 결국 망명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왕리쥔은 30시간 만에 청두 총영사관을 나와 15년형을 선고받았다.
23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 위치한 주중 미국 총영사관 정문앞.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 위치한 주중 미국 총영사관 정문앞. [AFP=연합뉴스]

 

"파국은 피하려는 조치" 분석도 

한편에선 중국이 맞대응 조치를 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인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이날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인터뷰에서 "청두 미 총영사관은 관할 지역이 비교적 작은 공관이고 지역 내에 미국 기업이나 교민 규모도 작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청두 미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라며 "중국은 이를 통해 아직 이견을 조율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고 말했다.
 
휴스턴은 미중 수교 이래 중국이 미국에 개설한 첫 영사관이란 상징성이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의 영사관보다 규모가 작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러 휴스턴을 택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의 이번 결정은 예상됐던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 정부는 상황이 더 심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추가 폐쇄 때는 난타전 가열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양국의 '공관 전쟁'이 쉽사리 끝나긴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서 물러서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내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NN은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정부의 다음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는 스파이 혐의로 FBI가 수배 중인 중국인 과학자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추가 폐쇄에 나설 경우 중국도 맞대응 조치를 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미국 전문가 루샹(盧翔)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외교기관을 더는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미국이 만약 미친 짓을 계속하면 중국도 또 다른 보복 카드를 쓸 수 있고 소위 외교관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미 정보기관 직원인 주홍콩 미국 외교관을 추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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