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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패닉 바잉'의 미래

중앙선데이 2020.07.24 16:49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로 시작합니다. 지난 22일 발표된 올 상반기 주택 매매 건수는 62만8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나 늘었습니다.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의 거래 건수는 8만8980건입니다.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21% 늘었습니다.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33만9503건 거래돼 138% 증가했습니다. 어느 연령대가 아파트를 많이 샀을까요. 30대가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의 31.1%를 차지해 1등이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매매,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매매,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증명하는 통계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수요와 공급을 따지고, 투자 수익률을 검토하고,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하는 ‘이성’은 순간의 ‘공포’에 단기적으로는 무너집니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 지금 못 사면 앞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과열 심리가 판을 치면 시장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불안한 심리가 불러온 결과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단기간에 살 만큼 샀다(최소한 살 만큼 사는 길로 접어들었다)입니다. 30대가 주택 거래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는 건 앞으로 추가 수요를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산의 가치는 후발 주자가 적정 가격 또는 그 이상으로 자산을 사줘야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30대가 주택을 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40~50대가 되면서 모아 놓은 돈으로(필요하면 대출까지 일으켜) 집을 사는 게 공식이었는데 지금 30대는 영혼을 끌어모아 주택 매수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물론 아직 무주택 30대가 많지만, 이들은 집을 살만한 구매력을 갖추지 못했을 겁니다. 이미 50대 이상은 주택을 어느 정도 마련했습니다. 중장년층의 추가 수요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의 무주택 30대가 40대, 50대가 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지금 30대가 구매한 주택을 받아 줄 수요층은 두껍지 않습니다. 주택 손바뀜 수요는 있을 수 있지만, 신규 수요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당분간 주택 시장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겁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제 정부 차례입니다. 정부는 다음 주에 공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공공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분양하면 사업 주체인 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건설사가 우선 이득을 챙겨 갑니다.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도 분양 후에 솔솔찮은 시세 차익을 챙겼습니다. 
 
이런 분양 구조에 변화가 올까요.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은 기본입니다. 중산층도 30년 이상 싼 임대료에 살 수 있는 기본주택(경기도), 분양가의 40%만 내고 30년 동안 나머지 지분을 입주자가 사들이는 지분적립형 주택(서울시) 등 다양한 분양 방식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무주택자들이 걱정 없이, 그러면서 자본 이득 볼 생각하지 말고 편히 살 집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희비는 이 지점에서 갈릴 겁니다. 기존의 과다한 이익을 챙겨가는 왜곡된 분양 시장의 틀을 이번에 바꿔 놓는 게 필요합니다. 분양받으면 돈 벌 수 있다는,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심리를 꺾어야 합니다. 이미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를 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줄게 돼 있습니다. 관건은 정부 주도 주택 공급이 빠르게,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데 공급 대책을 둘러싼 정부 여당의 움직임이 믿음직스럽지 않습니다. 그동안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국토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니 지자체 등에서 중구난방식 대책을 내세우고, 여당 인사는 조율되지 않은 대책을 떠벌려 시장에 혼선만 줍니다. 무주택 서민의 속이 더 타들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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