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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반대에도 주민은 81% 찬성···월성원전 셧다운 면했다

중앙일보 2020.07.24 16:35
월성 원자력발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추가 건설에 주민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그동안 맥스터 추가 건설을 놓고 정부와 환경·시민단체가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주민은 맥스터 건설에 이견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 셧다운(폐쇄)까지 예상했던 월성 원전은 한숨 돌리게 됐다.
 

찬성 81%…"숙의 거치니 찬성 더 늘어" 

월성 원자력발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발전. 한국수력원자력

24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는 월성 원전 맥스터 추가 건설 찬성이 81.4%(118명)라고 밝혔다. 반대는 11.0%(16명), 모르겠다. 7.6%(11명)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은 월성 원전 5km 이내에 있는 3개 읍·면(경주 감포읍·양북면·양남면) 주민과 인근 경주 시민으로 구성했다. 총 9차례 설명회를 거친 후 지난달 4일 모집단 3000명을 우선 추렸다. 이 중 145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여론조사는 총 3번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시민참여단 사전설명회에서 첫 번째, 3주 숙의(熟議) 기간 후 지난 18일 두 번째 여론조사를 마쳤다. 숙의 기간에 참여단은 심도 있는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분임 토의 등을 했다. 최종 조사는 종합토론회를 거친 후 19일 마무리됐다. 
 
재검토위에 따르면 최종 여론조사 결과 거주지·연령·성별 등 모든 영역에서 찬성비율이 최소 65% 이상 나왔다. 찬성은 3주간 숙의 학습을 거치며 더 상승했다. 찬성 비율은 1차 조사 때 58.6%에서 2차 80%, 3차 81.4%로 높아졌다. 반대는 1차 8.3%, 2차 9.7%, 3차 11%였다. ‘모르겠다’던 응답자(33.1%→10.3%→7.6%)는 숙의 기간을 거치면 찬성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1차 설문에서 "모르겠다" 응답한 48명 중 35명이 최종 3차 설문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 원전 가동 중단은 피할 듯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뒤 습식저장소 냉각을 거쳐 맥스터에 옮겨 보관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월성 원전 맥스터 용량은 95.36% 찼다. 2022년 3월에 꽉 차기 때문에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맥스터 7기(16만8000다발)를 월성 원전 안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7년 6월 시공사까지 선정하고 마지막 행정절차인 '공작물 축조신고'만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에 주민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여론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원래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 등 중장기관리정책 공론화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월성 원전 맥스터 등 지역 단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19개월 걸리는 맥스터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8월 안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별도로 월성 원전 맥스터 건설 논의를 병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대립이 커졌다. 급기야 월성 원전 첫 사전설명회 직전 당시 정정화 재검토위 위원장이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검토위 해체를 요구하며 사퇴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월성 원전에 영향을 받는 울산 주민 의견도 함께 물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이 압도적 찬성을 보내면서 맥스터 추가 건설에 속도가 붙게 됐다.
 

곳곳이 시한폭탄…"탈원전 사회적 합의부터"

24일 오전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확충 관련 지역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는 경북 경주 감포읍복지회관 입구에서 찬·반 단체 관계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확충 관련 지역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는 경북 경주 감포읍복지회관 입구에서 찬·반 단체 관계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연합뉴스

월성 원전은 최악의 가동중단 사태를 피하게 됐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전국 25개 원자발전소에서 사용후핵연료가 넘쳐나고 있지만, 아직 종합 관리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정부가 원전 해체 사업을 본격 진행하면 이 같은 갈등이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해체가 결정된 고리 원전의 경우 오규석 기장군수가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을 수립하라"며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재검토위는 이미 전국단위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 권고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 등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근본 문제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찬반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검토위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앞으로도 원전 관련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홍 지질자원연구원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장은 최근 TV 토론회에서 “핀란드는 1983년 정치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칙을 결정하고, 이를 꾸준히 준수하고 있다”며 “영구처분시설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사회적 수용성인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칙이 바뀌면 국민이 신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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