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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조선시대 1t씩 왕에게 진상하던 제주도 과일은?

중앙일보 2020.07.24 10:00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6)  

제주도는 육지보다 따뜻한 기온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채소는 물론 과일까지 재배되고 있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과일이 무엇일까? 흔히 제주도 하면 감귤을 많이 떠올린다. 감귤이라고 하면 하나의 과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제주 감귤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감귤류와 만감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귤이 감귤류에 속하는 귤이다. 예를 들어 노지 감귤, 타이벡 감귤, 금귤, 하귤 등이 있다. 반면에 만감류는 감귤에서 변형된 형태의 귤에 속한다. 만감류 종류에는 한라봉, 천혜향 등이 속해 있다. 오늘 이야기해볼 댕유자는 만감류에 속하면서 토종 재래품종인 조금은 특별한 친구다.
 
댕유자 나무. [사진 강병욱]

댕유자 나무. [사진 강병욱]

 
댕유자의 표준어는 당유자이며, 여기서 말하는 댕유자는 제주도 사투리의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당유자 보다는 댕유자가 좀 더 정감이 가는 느낌인 것 같다. 댕유자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 재래 귤 품종으로 당유자나무 열매를 표현하는 말이다. 대유지, 댕오지, 댕유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각 집집마다 몇 그루씩 심어놓던 남제주군 서귀포읍의 친숙한 과일이었다.
 
댕유자는 제주도 자생종일 수도 있으나 이름으로 보아 오래전에 중국에서 들어와 제주도에 적응한 귀화종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 초기부터 조정에서는 약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주의 감귤 재배를 관리했고, 특히 조정에서는 중국에서 다양한 감귤 종자를 제주도에 보내어 재배하도록 했다고 한다. 중국 유자의 일종인 댕유자는 조선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댕유자는 많은 역사자료에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영조 즉위년인 1724년 12월 23일자 『승정원일기』에는 임금에게 올릴 진상품인 댕유자를 올리지 않은 제주목사 신유익을 엄하게 추고할 것을 청하는 기록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댕유자가 제주도로 들어온 것은 수백여년 더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52년 고려사게가에 문헌에 보면 탐라의 감귤 공물을 100포로 늘렸다는 기록을 보아 당유자의 기원도 다른 재래 감귤처럼 1000년도 더 된 것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다.
 
그럼 댕유자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유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자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댕유자는 상록 활엽수로 높이 6m 정도며, 수세는 강하고 줄기에 가시가 있는 특징이 있다. 잎은 길이 10~13㎝이고, 폭은 5㎝, 열매는 계란형으로 세로 지름 10~12㎝, 가로지름 9~10㎝이다. 무게는 300~500g이며 껍질 두께는 9mm 정도이다. 12월이 되면 진한 황색으로 완전히 착색되고 당도는 9~10브릭스 정도이다. 브릭스는 미국 포도주에 들어있는 당을 재는 단위로, 1브릭스는 포도주 100g에 들어 있는 1g의 당을 가리킨다.
 
제주 댕유자티. [사진 강병욱]

제주 댕유자티. [사진 강병욱]

 
댕유자는 오랜 시간 동안 제주도를 대표하는 과일이자 민간 식이요법의 하나로 제주 도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겨울바람이 유독 차가운데 체감온도가 갑작스럽게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화되어 감기에 걸리기 쉽다. 특히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가정마다 댕유자차를 달여먹던 풍습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정마다 뒤뜰에 심어두었던 당유자를 따서 보리가 든 항아리 속이나 나무 그늘 아래 짚으로 덮어 저장하여 두었다가 제수용으로 쓰거나 감기를 다스리는 민간 식이요법으로 사용하였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들은 이야기는 물질을 하거나 바다에서 일하고 몸이 으슬으슬하게 아프면 미리 담가 둔 댕유자차를 달여먹고 잠이 들면, 다음 날 말끔히 나아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제주 도민의 생계를 유지해 줄 만큼 댕유자는 제주도의 역사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제주도에서는 댕유자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서 먹었을까? 주로 청으로 만들어 차로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댕유자 청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물에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 댕유자를 얇게 썰어준다. 씨가 들어가면 쓴맛이 나므로 제거해 준다. 준비된 댕유자와 동량의 설탕을 준비해 섞어준다. 천천히 섞어주다 보면 댕유자 안에 과즙이 나오는데 모두 병에 넣어 차곡차곡 쌓아준다. 병의 뚜껑을 닫고 숙성시켜준다.
 
숙성된 댕유자청을 뜨거운 물에 넣어 달여먹으면 그 맛이 좋으나, 나는 약간의 쓴맛이 계속 올라와서 완성된 댕유자청에 설탕을 좀 더 넣어 살짝 끓여주었다. 요즘 같은 더운 날에 뜨거운 청만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 좀 더 달게 만든 댕유자청에 사이다를 살짝 섞어서 맛을 내보았다. 오히려 그전에 댕유자 청보다 좀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댕유자 특유의 약간 씁쓸한 맛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댕유자는 과거 서귀포읍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없어져 100년 이상 된 나무는 30그루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갑자기 수가 줄어든 이유는 일본에서 들여온 와세 밀감의 재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서귀포의 감귤 산업화가 바뀌었고, 생과육을 즐기는 과일 판매가 늘면서 댕유자를 포함한 제주재래 감귤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2014년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가 되면서 그 품종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시대 1톤의 댕유자가 진상되었을 만큼 찬란한 꽃을 피웠던 댕유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요에 따라 지금은 30그루가 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요리사이기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슬프고 우리의 식습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먹기 좋게 잘 개량되어 나온 식재료를 한 번은 뒤로하고 우리의 전통 식재료를 다시 한번 찾아보고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리치테이블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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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욱 강병욱 리치테이블 대표 필진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한국 식재료의 우수함, 버려지는 식재료 등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방면의 음식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과 제주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접 여러 농가를 다니며 B급 농작물과 한국의 사라져가는 식재료, 지역의 식재료에 대한 발굴과 기록, 음식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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