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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없다" X선 사진 내밀었는데…1번 환자 잡아낸 그의 '촉'

중앙일보 2020.07.24 05:00
지난 1월 19일 중국 우한발 항공기가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로 들어왔다. 여기엔 일본과 한국을 관광할 목적으로 온 30대 중국인 여성이 있었다. 인천공항을 경유해 일본 오사카 행 비행기를 타려 했던 여성, 그러나 게이트 검역에서 이상 증상이 포착됐다.
 

코로나 6개월, 인천공항검역소 주역들
④지침상 '패스' 해도 되는 환자 거른 김한숙 검역과장

1선 검역에서 열을 체크하던 중 38.3도 고열이 확인된 것이다. 코로나19를 의심했다. 마침 중국어에 능통한 이승화 검역관이 다른 증상을 따져 물었더니 기침과 인후통,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 근육통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 임상 증상 사례 정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애매한 상태로 2선 검역대로 옮겨진 이 여성은 역학조사관 심층 조사에서 감기 증상이 있어 우한의 한 의원에 다녀왔고, 의사가 단순 감기로 진단 내렸다며 폐렴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증거로 X선 사진을 내밀었다. 사태 초기에만 해도 코로나는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그만큼 폐렴 소견은 의심환자 여부를 가르는 데 중요했다. 
 
이 검역관이 김한숙(47)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1과장에게 보고했다. 김 과장은 이 여성을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보고, 국가지정격리병상 이송을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월 20일, 이 여성은 국내 첫 코로나 환자가 됐다. 그냥 보냈어도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의료인의 감각이 코로나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 과장은 내과 전문의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의 철통검역을 책임진다. 보건복지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했고, 지난해 8월 공항에 배치됐다. 국내 1번 환자를 잡아낸 인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 친다. “검역은 누구 하나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팀플레이”라며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당시 1번 환자는 호흡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의 의심환자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일본으로 가려던 환승객이었기 때문에 무심코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고 말한다. 김 소장 전언에 따르면 당시 김 과장은 ‘그냥 보내면 안 되겠다’는 강한 느낌이 왔다. 김 과장은 나중에 "촉이 왔다"고 했단다. 
 
 질본 측에 강하게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보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여성은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김 소장은 “당시 이 환자를 놓쳤으면, 해외유입을 통한 전파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했을 것”이라며 “1번 환자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유입 대비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1선 검역 현장의 모습. 발열 체크를 하고, 건강상태질문서를 받는다. 사진 검역소 제공

1선 검역 현장의 모습. 발열 체크를 하고, 건강상태질문서를 받는다. 사진 검역소 제공

 
내과 전문의의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김 과장은 사태 초기에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잘 안 되는 의심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신속진단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검사에 10분도 안 걸린다. 여기서 음성이 나오면 코로나 검사를 했다. 김 소장은 “의심환자를 모두 격리병상으로 보낼 수 없던 상황에서 효율적이었다”고 전했다. 
 
검역은 원래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의 상시검역 체계에선 검역관들이 모니터를 보며 열 감지 카메라 앞을 지나는 승객의 체온을 체크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오염지역에서 오는 입국자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받는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연간 의심환자 200명가량을 이송하면 그게 다였다. 김 과장은 “지금은 검역하고, 선별 진료를 한다. 또 검사해서 확진자까지 찾는다”며 ”작은 병원을 하나 만든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인천공항에는 지난 1월 28일 세계 최초로 선별진료소가 꾸려졌다. 사흘 뒤인 31일부터는 공항 자체 검사실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작했다. 2만5000건 넘는 검사가 이뤄져 현재까지 1번 환자를 포함해 700명 이상의 환자를 공항에서 잡아냈다. 
 
1·2터미널을 합쳐 전체 검역관은 100명을 조금 넘는다. 이달부터 30명이 증원됐지만, 이전까지 111명에 불과했다. 시간대로 나눠 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16명이 한팀으로 터미널 전체를 책임진다. 지난 3~4월 입국자가 한창 쏟아질 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서 직원이 파견 나와 그나마도 일손을 거뒀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5월부턴 빠져나갔다. 김 과장은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한 사람이 다섯 사람 몫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2선 검역 현장의 모습. 역학조사관 등이 자세한 증상 등을 살핀다. 사진 검역소 제공

2선 검역 현장의 모습. 역학조사관 등이 자세한 증상 등을 살핀다. 사진 검역소 제공

 
검역관이 처음부터 검역관인 것은 아니다. 공무원으로 뽑힌 뒤 검역소로 배치받으면 그때부터 검역관이 된다. 따라서 호흡기 증상은 뭔지, 발열의 기준은 왜 37.5도인지 등을 교육받는다. 의심환자에게 어떻게 묻는지에 따라 대답이 다른 만큼 질문하는 법도 배운다. 김 과장은 “꾸준하게 훈련한 결과 팀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검역관의 전문성이 올라갔다”고 말한다. 검역은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게 김 과장의 얘기다. 
 
김한숙 과장은 김상희 소장과 지난해 하반기 공항 검역의 기본 매뉴얼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가령 37.5도 이상 발열을 확인할 때 기내에서 울었는지, 목베개를 장시간 했는지를 확인하는 식의 행동 매뉴얼을 마련했다. 
김상희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장(가운데)과 김한숙 검역1과장(오른쪽) 등 검역소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김상희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장(가운데)과 김한숙 검역1과장(오른쪽) 등 검역소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김 소장은 “이전엔 상황에 따른 매뉴얼이 없었다. 김 과장과 행동 매뉴얼을 만들었고, 검역관들을 모아 워크숍도 했다”며 “검역관들이 이런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숙지한 상태에서 코로나가 터졌고, 그랬기 때문에 각종 새 지침을 흡수하는 게 훨씬 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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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소장은 이런 김 과장을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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