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與 천도론은 노무현 숙원? 말 처음 꺼낸 대통령은 박정희였다

중앙일보 2020.07.24 05:00
 다시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다. 인화력이 큰 이 이슈에 최근 여당이 불을 댕겼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청와대와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도이전 논란이 점화됐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도 수도이전에 찬성했고 야당도 강력하게 반대를 못 하는 모습이다. 어찌 됐건 수도 이전(遷都)은 정국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당 김태년 "수도이전" 주장으로 재점화
1977년 박정희 "수도권 남부로 정부 기능 이전"
2002년 노무현 후보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
2004년 헌법재판소 "수도이전은 위헌" 결정
이후 행정기관 이전 중심 행정도시 건설 추진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한화갑 대표, 정대철 선대위원장이 핵심공약 발표회에서 공약에 사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한화갑 대표, 정대철 선대위원장이 핵심공약 발표회에서 공약에 사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수도 이전 이슈는 한국 현대사에서도 몇 차례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되풀이했다. 논란의 시초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민당 김대중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대전을 행정 부수도로 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김대중 후보의 계획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1977년 2월 10일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남북 통일이 될 때까지 정부 기능을 수도권 남부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임시 행정수도’계획을 밝혔다. 
 
 당시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 거리 안에 있으면서 전 인구의 4분의 1, 그리고 군과 행정기관이 모두 있기 때문에 유사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 우선적 이유가 됐다. 수도 후보지로는 충남 공주 등이 거론됐다. 지금의 세종시와 인접한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 행정수도 안은 1981년 신군부가 권력을 잡으면서 백지화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7년 전북 이리시 북일동 소라 제1지구 천막촌에 들러 폭발 사고로 수용돼 있는 이재민들의 생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박정희 대통령이 1977년 전북 이리시 북일동 소라 제1지구 천막촌에 들러 폭발 사고로 수용돼 있는 이재민들의 생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후 수도이전 계획은 25년 만에 부활했다. 2002년 9월 30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세종시 탄생의 첫걸음이었다.  
 
 처음엔 수도 이전 이슈가 눈길을 끌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시 노 후보의 공약을 '신행정수도 건설'이라고 강조했다. "천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과천처럼 행정기관이 옮겨가는 수준이고, 서울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옮겨가느냐의 문제도 쟁점이 되지 못했다.  
 
 수도 이전 공약은 2002년 대선 막바지에 큰 이슈로 부상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충청권에선 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이곳 표가 노 후보에게 쏠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수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03년 4월 청와대에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이 발족했다. 
 
 정부는 2004년 6월 8일 국회도서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법연수원 등 구체적 이전 대상 기관을 발표했다. 이어 충남 공주·연기를 수도 예정지로 선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반대세력은 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세종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세종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법재판소는 그해 10월 21일 수도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특별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전효숙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특별법은 '우리나라 수도는 서울'이라는 헌법 체계상 자명한 불문(不文)의 관습헌법 사항을 헌법 개정 절차 없이 변경한 것"이라며 "이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다수 재판관은 불문의 관습헌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위헌 결정으로 수도 이전 추진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 그러자 충청권이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은 대안 마련에 나섰다. 2005년 1월 국회 신행정수도 특별위원회는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행정기능을 갖춘 다기능(교육·과학·문화) 복합도시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그해 3월 여야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만들었다. 연기·공주지역에 행정기능을 이전하는 자족형의 친환경, 인간 중심, 문화정보 도시를 건설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공공건물의 건축과 행정도시 광역교통시설의 건설을 위해 국가 예산에서 지출하는 금액의 상한선을 8조5000억원으로 했다.  
 
2010년 1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1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전 부처는 12부 4처 2청으로 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재경·교육·문화관광·과기·농림·산자·정통·보건복지·환경·노동·건교·해양수산부 12부와 기획예산처·국가보훈처·국정홍보처·법제처 4처를 연기·공주지역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이석연 변호사는 2005년 6월 "특별법이 담고 있는 주요 정부 부처의 지방 이전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사실상의 수도 이전"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런데 행정도시 특별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청구 각하)이 나왔다. 행정도시 특별법 합헌 결정으로 행정복합 중심도시 건설은 탄력을 받았다. 보상금으로 4조 5000억원이 풀렸다.
 
세종시 정부청사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정부청사 전경. 중앙포토

 2007년 7월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기공식이 열렸다. 도시 이름도 ‘세종’으로 지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행정도시(세종시) 건설은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행정도시 건설에 부정적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0월 “대통령 양심상 세종시 원안대로 하기 어렵다”며 세종시 수정론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인 2010년 1월 11일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행정부처 9부2처2청을 보내지 않는 대신 삼성·한화·웅진·롯데, 오스트리아 태양광 업체 SSF 등의 기업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유치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좌초됐다. 2010년 6월 29일 국회는 수정안을 담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을 표결로 부결시켰다. 당시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수정안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세종시(특별자치시)는 2012년 7월 1일 출범했다. 전국 17번째 광역자치단체였다. 세종시는 관할 구역에 시·군·구 같은 기초단체가 없는 유일한 광역단체였다. 관할구역은 연기군 전역(361.4㎢)과 공주시(76.6㎢), 청원군 일부(27.2㎢)를 흡수한 465.23㎢로 서울 면적의 77%다. 
 
 현재 18개 정부부처 가운데 12개 중앙부처가 세종시에 자리 잡았다.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9개 국책연구기관 등이 이전했다. 인구는 출범 당시 10만명에서 지난 6월 현재 34만 5341명으로 3배 증가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청와대와 국회가 모두 이전하면 민간부문에서도 상당 부분 지방 이전이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수도권 과밀화도 해소되고 집값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