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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사활 건 전기차 보라, 여기에 '탈홍콩' 韓유치전 답 있다

중앙일보 2020.07.24 05:00
GM의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얼티움'. GM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서 전기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M

GM의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얼티움'. GM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서 전기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M

“글로벌 GM이 콕 짚어 만든 연구개발(R&D) 센터가 바로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GMTCK)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GM &D센터로, 한국 연구소가 글로벌 연구소로 확장한 케이스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GMTCK에 대해 GM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엔지니어 3400명이 일하는 이 센터는 한국GM 산하가 아닌 '글로벌 GM 직할대'다. 업무 지시도 당연히 GM 본사에서 받는다. 이 센터는 한국에서 만드는 쉐보레뿐만이 아니라 뷰익·캐딜락 등 GM 브랜드 전체에 대한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 엔지니어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GM 사활 거는 전기차 연구, 한국서도 한다 

GMTCK는 올해부터는 GM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전기차 연구도 담당한다. 제시 오르테가 글로벌 GM 전기차 아키텍처 총괄 엔지니어는 최근 “앞선 IT 인프라를 갖췄고 기술 발전 수준이 높으며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객들이 있어서 전기차 개발에 있어 꼭 필요한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MTCK의 25%에 해당하는 직원을 전기차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GMTCK는 탈홍콩 시대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홍콩엔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등의 인력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바이오·물류와 나노기술 R&D 센터가 있는데, 이런 R&D센터 유치를 공략해보자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T(정보기술)가 발달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은 글로벌 기업이 R&D 센터로 탐낼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은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밀리니,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략하자는 차원이다.
홍콩 소재 180개 미국 기업 대상 설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홍콩 소재 180개 미국 기업 대상 설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보잉 자율비행 연구도 한국서 한다 

앞서 미국 보잉도 지난해 11월 서울 코엑스 인근에 보잉 한국기술연구소를 열었다. 보잉의 12번째 글로벌 연구소다. 미래 항공 시장을 선도할 자율비행과 인공지능(AI)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보잉코리아는 “한국이 가진 인력풀에 끌렸다”고 연구소 설립 이유를 밝혔다. 
 
벨기에의 배터리 소재 기업 유미코아는 지난 20일 충남도와 배터리 양극재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소재다. 유미코아는 2025년까지 충남 천안시 외투 지역 1만9296㎡에 3000만 달러(약 358억원)를 투자해 연구개발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R&D센터 한국에 관심 

한국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늘고 있는 건 반도체와 배터리 등 4차산업 분야에서 앞선 하드웨어 기술력 때문이다. 앞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등 연구 역량이 강한 것도 강점이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을 이끄는 두 축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앞선 국가로 꼽힌다”며 “동아시아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4차산업 기술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주한 상공회의소 해외 투자 유치 활성화 건의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한 상공회의소 해외 투자 유치 활성화 건의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발목을 잡는 건 역시 규제다. 유연근로제가 대표적이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상황에 따라 일감이 몰리거나 특정 기간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연구개발직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열어 줘야 한다는 정책 건의가 이어지는 이유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유연근로제 등을 해결해야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유치 경쟁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와 함께 국내외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를 늘려야 R&D 센터 유치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이후 일반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율을 3%~6%에서 0%~2%로 4차례 축소했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동안 8%~10%이던 공제율을 6%~14%로 확대했다.
 

주한유럽상의 "발목 잡는 규제 무려 180개"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도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대표적 사례로 규제를 꼽는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지난해 발간한 백서에서 20개 업종에 대한 180가지 규제 개선 사항을 제안했다. 2018년 123건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한국 내 연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도 상당수 포함됐다. ECCK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연구개발 샘플이 연구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늦추고 있다”며 “연구개발용 신규화학물질에 대해선 사후 관리를 강화하거나 단순 신고로 대체해야 영업비밀 침해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기업 규제는 나날이 늘어만 간다. 전경련이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 2017~19년 정부입법을 통해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총 3151건으로 조사됐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이 중 96.5%는 비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도 받지 않았다”며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새 규제를 양산한다면 누가 국내에 투자하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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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정서법과 정치적 리스크 풀어야" 

한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해외기업 사이에선 '국민 정서법'과 정치적 리스크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글로벌 생활용품회사 A사 관계자는 “외국 자본이 와서 돈을 버니깐 그만큼 한국에 내놓고 가라는 인식이 강하고, 정부도 이런 정서에 기대 외국계 기업을 압박한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추가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 IT 기업 관계자는 “노동 규제는 어느 국가에나 있어 그 자체론 문제가 안 되지만, 그 규제를 해석하는 기준이 정권에 따라 바뀌어서 일관성이 없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도 여론에 편승한다고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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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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