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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판 뉴딜, 민간부문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2020.07.24 00:54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국정 비전의 핵심으로 ‘선도형 경제’를 제시한 데 이어 실행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충격으로 인해 세계 경제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한국경제가 위기와 기회를 함께 하는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 성장 역동성 고갈 심각
슈뢰더의 개혁에서 배워야

차제에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발전 전략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발전 방향이 디지털, 그린,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에 있다는 것도 타당하다.
 
문제는 국가발전전략에 정부만 있고, 민간부문의 존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은 160조원의 투자재원 중 20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전부다. 어떻게 정부 투자가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활동을 촉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또한 정부 재정으로 190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해 가겠다고 했다. 그런 계획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2017년 3.2%에서 2019년 2%로 하락하는 동안,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2.5%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급감하고,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는 0.7%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율은 2.8%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추락했다. 이런 성장률 기여도 통계는 저성장의 본질이 정부부문의 역할이 미흡하기 때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성장의 역동성이 고갈됐기 때문이란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뉴딜 정책의 본질은 정부 역할 확대를 통해 역동성을 상실한 민간부문의 회복을 촉진하거나 보완하는 것이지, 정부의 경제 활동을 확대해 민간부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 정책이 진정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되도록 하려면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민간부문의 역동성 회복 없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더 붓자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은 “외국에 나간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의 대표적인 양상으로 ‘글로벌 공급 사슬’(GVC)의 구조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한국을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만들어 공급 사슬의 중심이 되도록 하려면 한국의 기업 생태계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혁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과연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기업 생태계를 세계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가.
 
기획재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배워야 한다. K-방역이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메르스 방역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처절한 반성과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가 선도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경제를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국정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역동성이 시들해진 민간부문을 그대로 방치하고 한국판 뉴딜로 정부부문을 대폭 확대해 경제를 끌고 가겠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선도국가 되는 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아젠다 2010’ 국정 개혁을 단행해 독일 경제 부활의 전기를 만들었다. 독일의 성공 사례는 개방경제에서 개혁의 핵심은 정부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촉진하는 데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간경제의 역동성이 조속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세계 경제 선도는 고사하고 한국경제의 추락을 더 우려하게 될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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