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주열 “워스트 시나리오” vs 홍남기 “뉴딜로 3분기 반등”

중앙일보 2020.07.24 00:03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수장의 경기 진단이 따로 놀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V자 반등 가능성을, 한국은행 총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이 “코로나 확산, 수출 감소폭 커져”
한국 경제 회복 경로서 이탈 진단
홍 “정책효과로 중국처럼 V자 가능”
IMF·OECD 전망은 이 총재와 비슷

경제 수장의 상반된 경기 진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 수장의 상반된 경기 진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를 이어간다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에는 상당 부분 반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다. 이날은 한은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3.3%(전기 대비)라고 발표한 날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일 밝혔던 “경제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는 낙관론을 확장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 한국판 뉴딜 등 정책 효과와 2분기 성장을 제약했던 해외 생산, 학교·병원 활동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기저 영향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시선은 중국을 향한다. 1분기에 전기 대비 -9.8% 역성장했던 중국은 2분기 11.5%의 성장률을 기록해 ‘V자’를 그렸다. “중국의 회복 경로를 뒤따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진단은 다르다. 한국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회복 경로에서 이탈했다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코로나19 확산세는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며 “워스트(최악) 시나리오로 가는 우려가 들 정도로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별 올해 성장률 전망.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관별 올해 성장률 전망.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관련기사

지난달 25일만 해도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만큼 큰 여건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23일 “불과 3주이기는 해도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수출 감소 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대단히 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은 3월 이후 계속 뒷걸음질이다. 4월, 5월에는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이달 1~21일 수출도 전년 동기보다 12.8%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하다. 한은이 기존 성장률 전망치(-0.2%)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얘기도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경제 기관은 이 총재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2%), 아시아개발은행(ADB, 1.3%→-1%) 등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렸다.  
 
무엇보다 홍 부총리의 기대인 ‘중국처럼’이 쉽지 않다. 중국은 수출 비중이 GDP의 20%도 안 된다. 한국은 40%가 넘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내수 시장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수준도 한국보다 높았다”며 “자국의 코로나19가 완화하자 경기 회복의 폭도 그만큼 컸다”고 말했다. 2분기에 나타난 소비 회복세의 지속성도 미지수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는 끝물이고, 민간 부분의 활력은 여전히 낮다. 정부 부문의 경제 기여도는 하반기로 가면서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오판이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기 판단 속에 경기 회복의 주체인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규제 법안을 밀어붙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김남준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