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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제주항공 끝내 이스타 버렸다, 1600명 대량실직 위기

중앙일보 2020.07.24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시름이 깊다. 직원들은 올해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다. 23일 텅 비어있는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장진영 기자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시름이 깊다. 직원들은 올해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다. 23일 텅 비어있는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장진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끝내 발을 뺐다. 국내 첫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에 빠진 항공업계 재편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M&A 파기 책임 공방과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지며 이스타항공 발 대규모 실직 사태도 코앞에 닥쳤다.
 

M&A 불발 이스타항공 앞날은
제주 “불확실성 너무 크다” 포기
항공업 재편 대신 도미노 파산 공포
이스타 “생존 위해 모든 대책 강구”
법정관리 통해 새주인 찾기 나설 듯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이 중요한 위반사항을 고치지 않았고, 거래종결 기한이 지나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SPA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7개월 만에 ‘노 딜’을 선언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인수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2016년을 제외하고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그러다 완전자본잠식(-1042억원) 상태인 지난해 매물로 나왔다. 제주항공에 지분 51.7%를 69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 체결엔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양측은 매각 대금을 150억원 깎는 조건으로 지난 3월 초 SPA를 체결했지만,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전 노선 셧다운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주항공은 인수 종결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 포기로 제주항공은 위기 속 재무 부담을 더는 실리를 챙겼다”면서도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 직후 이스타항공은 “임직원 1600여 명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뒤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을 통해 자력으로 경영을 이어가거나 제3의 인수자를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매각 관련 주요 일지

이스타항공 매각 관련 주요 일지

국토교통부도 이날 이스타항공에 ‘플랜B’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법정관리를 통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이스타항공은 경영 정상화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랜B를 제시해야 한다”며 “(이스타가 플랜B를 제출하면)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만일 (이스타항공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채무가 동결돼 한숨을 돌릴 수 있다”며 “이때 새 인수자를 찾게 된다면 정부가 인수가 성사되도록 적극 지원책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자력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고, 업황 악화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180일 어치를 지급하기로 한 항공업계 고용유지지원금이 다음 달 말 이후 끊기면, 이스타항공 발 대규모 실직 사태에 더해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여 체납과 도미노 파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올해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체불임금만 250억원이 넘는다.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상태에선 이 지분은 ‘휴짓조각’에 가깝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계에서 시도된 첫 M&A 무산으로 안 좋은 전례가 만들어졌고, 파산과 청산의 악순환으로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항공업계 초유의 대량 실직은 결국 경영진의 잘못으로 귀결된다”면서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 의원의 윤리적 문제와 법적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항공업계는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교착 상태인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도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산과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재협상 테이블도 꾸리지 못한 상태다.
 
곽재민·염지현·배정원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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