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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시작부터 사기였다…5151억 거의 회수 못할 가능성

중앙일보 2020.07.24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23일 판매사인 NH 투자증권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23일 판매사인 NH 투자증권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5000억원 넘는 피해를 안긴 옵티머스 사태의 ‘민낯’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된 자금 전액(5151억원)은 환매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제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 회수할 가능성도 작다는 게 금감원의 전망이다.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 발표
공공기관 매출채권 산다 해놓고
실제는 한번도 투자한 적 없어
정체 모를 비상장 회사채 사들여
대표는 수백억 횡령해 주식 투자

금감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옵티머스운용의 현장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펀드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김 대표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대표가 횡령한 돈은 여러 차례 이체 과정을 거쳐 김 대표 명의의 증권계좌로 입금됐다. 김 대표는 이 돈으로 주식과 선물·옵션 같은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이 돈을 대부분 날린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최원우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김 대표가 주식이나 파생상품 거래 외에 부동산에도 (자금을) 유용한 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운용은 46개 펀드로 5151억원을 모아 5235억원어치의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장부에 올렸다. 펀드에 있는 자산의 대부분(5109억원)은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다. 이 중에선 씨피엔에스(2053억원)와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가 발행한 회사채가 가장 많다. 라피크(402억원)와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가 발행한 회사채도 샀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편입자산 현황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편입자산 현황

문제는 이런 회사로 흘러간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파악한 자금 사용처는 약 60곳이다. 금액으로는 3000억원 안팎이다. 옵티머스운용의 임원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했다. 금감원은 이 자료의 금액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도대체 누가 어떤 권리를 가졌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자산도 적지 않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금융투자)는 “(투자금) 회수가 상당히 어렵거나 (투자 자산의) 가치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쪽(투자처)에서 어떻게 유용됐는지 깊게 파고들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확정 매출채권 등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고 펀드 판매회사와 가입자들을 속였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펀드 상품설명서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 같은 문구가 명시됐다.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와 김 대표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김 대표의 진술이 나온다.
 
최 국장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하반기에서 2018년 초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이용해 뭔가 상품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운용은 금감원 검사를 받을 때 이런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주요 임직원의 PC와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제출을 거부했다. 가짜 매출채권 계약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지난달 18일 3개 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이때쯤부터 옵티머스운용의 부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과 금감원을 비롯한 4개 기관은 이미 2018년부터 옵티머스운용의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전파진흥원도 포함된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2018년 3월 748억5000만원의 기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내부 운용지침을 어겼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9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징계했다.
 
과기부·검찰·금감원, 2년 전 부실 알고도 공조 못해
 
전파진흥원은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 등을 수사의뢰했다. 전파진흥원은 수사 의뢰서에서 “결과적으로 국가의 공적기금이 불법행위의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감원도 옵티머스운용에 대해 여러 차례 검사를 나갔다. 김 부원장보는 2018년 상황에 대해 “이혁진 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있던 시절에 자기자본 유지요건 때문에 적기시정조치(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개선조치)를 내렸다. (경영개선) 계획서를 받아 점검하는 등 두 번에 걸쳐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결과 (이 전 대표의) 횡령 등을 검찰에 통보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4개 기관이 제대로 공조했다면 옵티머스운용의 문제를 좀 더 일찍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각종 사기와 불법으로 곪아 터진 옵티머스 사태를 조기에 포착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최 국장은 “당시 전파진흥원에서 금감원에 정보를 제공한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일부를 먼저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유보했다. NH투자증권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 대한 선지급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영의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이사회가 판단해 보류한 것”이라며 “다음달께 임시 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선지원 방안에 대한 근거 자료를 좀 더 보강해 달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펀드 중 NH투자증권의 판매액은 4327억원이다. 개인 투자자 884명은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2092억원을 맡겼다. 옵티머스 펀드의 개인 투자자가 두 번째로 많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개인 투자자 93명이 279억원을 맡겼다. 한투증권은 지난달 투자 원금의 7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법인 네 곳에 옵티머스 펀드 325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개인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옵티머스 펀드의 피해자 40여 명은 2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과 금감원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금의 70% 이상’ 배상을 촉구했다. 금감원은 지난 6일부터 3주간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옵티머스 펀드의 상품 심사 절차, 고객 상대 설명 내용, 부당 권유 여부 등을 검사 중이다.
 
황의영·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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