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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양도세 폭탄 맞느니…” 강남 아파트 하루 178건 증여

중앙일보 2020.07.24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정부의 7·10대책 이후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증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2일 법원등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 11~21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합건물 증여 신청 건수가 708건으로 하루(주말 제외) 평균 101.1건이었다. 하루 100건 넘는 증여는 처음이다. 앞서 1~10일 평균(16.1건)의 7배다. 17일 하루 동안만 178건이 신청했다. 강남구가 75건이었다. 집합건물은 소유자가 여럿으로 나눠진 건물로 집합건물 증여 대부분이 아파트다.
 

서울, 7·10 부동산 대책 이후
하루 평균 311건 증여 5배 늘어
“매물 늘리려면 양도세 완화 필요”

서울 전체로도 기록적이다. 7·10대책 이전 하루 평균 56.5건에서 311.6건으로 5배 급증했다. 전체 증여에서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서 32.5%로 올라갔다.
 
7·10대책 후 증여 급증

7·10대책 후 증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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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의 세제 강화 때문이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내년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6~2.8%포인트씩 올려 지금의 두 배 수준이 되도록 했다. 내년 6월부터 양도세도 현재 기본세율에 더하는 10~20%포인트의 가산세율을 20~30%포인트로 높인다.
 
다주택자들은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등을 고려하면 증여가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강남에서 공시가격 15억9000만원과 29억3700만원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올해 5700만원에서 내년 1억2500만원으로 2.2배로 늘어난다. 증여를 통해 집을 두 세대로 각각 한 채씩 나누면 종부세 합이 19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줄어든다. 5년간 6억원이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공시가격 15억9000만원 주택의 증여세가 6억원 정도다. 나중에 팔 때 양도세까지 고려하면 증여가 훨씬 나은 셈이다. 증여 이후엔 양도세 중과 적용도 받지 않는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증여를 앞당기겠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세무사들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빼면 얼마 남지 않는 돈을 쥐느니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세제 강화를 앞두고 증여가 확 늘었다. 2017년 8·2대책 이후부터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까지와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지난 6월까지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때다. 하지만 7·10대책 이후 증여는 이때보다 2~3배 더 많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앞선 대책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증여 취득세 강화를 검토키로 하면서 증여가 급해졌다. 현재 4%인 세율을 12%로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단순증여보다 부채(전세보증금 등)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가 많다. 그만큼의 채무액이 증여가액에서 빠지기 때문에 총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부담부증여는 세율 인상으로 늘어날 증여 취득세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채무액은 1~3%의 일반 매매거래 세율을 적용받아서다. 공시가격 10억원 주택을 단순증여하면 취득세(12% 적용)가 1억2000만원인데 부담부증여(채무 6억원)를 하면 84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강화 전 집을 팔라고 양도세 강화 시행을 늦췄지만, 다주택자가 증여로 기울면 매물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물을 늘리려면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가 증여보다 매도가 낫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한시적이나마 완화해 거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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