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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작명한 포틴저 “중국 실험실 캐라” 스파이 압박

중앙일보 2020.07.24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에 중국이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불을 놓을 조짐이다(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추가 공관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극한 대치 상황도 개의치 않겠다는 식이다. “휴스턴 영사관이 중국의 미국 내 연구 성과 절도의 진원지(epicenter)”라는 발언까지 나왔다(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중국 때리기’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외신 등이 주목하는 키 플레이어 두 명을 살펴봤다. 
 

특파원 출신 국가안보 부보좌관
중국발 입국 금지 아이디어 내고
비자발급 제한 정책 검토 이끌어

폐쇄 명령이 내려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22일(현지시간) 한 경비원이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폐쇄 명령이 내려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22일(현지시간) 한 경비원이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확산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를 ‘우한 바이러스’로 지칭했다.
 
중국의 반발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은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작품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포틴저는 중국 지도자들이 광범위한 은폐에 나섰다고 믿었다. 이에 트럼프와 고위 관료들에게 ‘바이러스에 라벨을 찍어 진원지에 대한 오해가 없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코로나19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도 포틴저의 입김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실험실과 연결되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모으라고 지난 1월부터 미국 스파이들을 압박한 게 포틴저”라고 전했다.
 
포틴저

포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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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여행객 입국 금지 아이디어를 처음 트럼프에게 제안하고, 중국 언론인들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 검토를 주도한 것도 포틴저라는 게 WP 설명이다. 대중 강경책의 설계자로도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이런 뿌리 깊은 불신은 매사추세츠대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언론인 출신인 그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베이징 특파원 시절 직접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한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대응을 가까이에서 취재했다.
 
WP는 “당시 중국의 정보 통제 시도에 대한 포틴저의 두려움은 그의 백악관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틴저는 2005년 기사에서 취재 노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장실 변기에 버린 일, 베이징 스타벅스 매장에서 군인에게 폭행당한 일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2017년 백악관에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으로 입성한 그는 중국통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2017년 신국가안보전략 초안에도 그가 관여했다.
 
측근들은 포틴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중국의 독재 체제를 보다 위험한 전체주의로 이끌고 있다”고 평한다고 전한다. 그는 5월 4일 공개 연설에서 중국어로 “중국이 자유주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잉크로 쓴 거짓말은 피로 쓰인 진실을 감출 수 없다”며 중국 공산당을 저격하기도 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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