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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나앉게 된 이스타 1600명 "제주든 이상직이든 책임져라"

중앙일보 2020.07.23 16:49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임금체불 진정서 접수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제주항공 주가 오르는 것 보니 분통이 터집니다.”
 
23일 오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는 보도에 이스타 직원 700여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쏟아진 반응이다. 제주항공을 향한 비난과 함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체념하면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 걸 그랬다”는 직원도 있었다. 
 
이스타 직원 1600명은 6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눈물로 인수를 기대해왔지만, 끝내 계약 해지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차라리 일찍 결단을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시간을 끌어 피해 규모를 키웠다”며 말했다. 인수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이미 400명가량이 이스타항공을 떠났다. 제주항공이 더 신속히 포기 의사를 밝혔으면 이스타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차일피일 미루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인공호흡기라도 달아줘야”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직원들은 마지막 희망을 정부의 지원에 걸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항공사 직원뿐 아니라 영세한 지역 여행사까지 고려하면 청산만큼은 피하고 싶다”며 “제주항공이 책임을 지든지, 정부·지자체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3의 인수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니, 최소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지만이라도, 인공호흡기를 달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조정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이스타항공 노사는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몰고 갔으며,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적자금이든 정부 지원을 받아 빨리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23일 제주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장진영 기자

박 위원장은 이어 “남아있는 직원들의 거취와 체불임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올해 2월 급여의 40%만 받았고, 3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체불임금만 250억원이 넘는다.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상태에선 이 지분은 ‘휴짓조각’에 가깝다. 직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스타 직원들의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워 이직을 시도하기에도 극히 상황이 좋지 않다. 여기에 “이스타 출신은 뽑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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