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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등록금 다른데 똑같이 환불“ 예술·공대생 열받게 한 대학

중앙일보 2020.07.23 05:00
지난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 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등록금반환 TF 학생들이 등록금 일부 반환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 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등록금반환 TF 학생들이 등록금 일부 반환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의 거센 등록금 환불 요구에 일부 대학이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급 규모가 작다는 비판과 함께 학생들이 낸 등록금의 금액 차이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건국대가 신호탄을 쏜 등록금 반환이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립대인 한국해양대가 등록금 반환을 약속했고 단국대 등 사립대도 동참했다. 현재까지 20여개 대학이 장학금 지급이나 등록금 감면을 결정했다.
 
건국대를 비롯해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 7일 '코로나19 특별장학금' 계획을 밝힌 전북대는 1학기에 낸 등록금의 10%를 돌려주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예술·공학 계열 학생들은 돌려받는 액수도 커진다.
 

등록금 비싼 예술·공학계열 "더 냈으면 더 돌려줘야"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5월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예술대학생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대학생의 무의미한 차등등록금 납부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5월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예술대학생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대학생의 무의미한 차등등록금 납부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반면 일부 대학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달 23일 특별장학금 지급 계획을 내놓은 한성대가 대표적이다. 한성대는 전교생 6567명에게 1인당 20만원씩 같은 금액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결정'이라고 균등 지급의 배경을 설명한다. 반면 장학금 지급을 사실상 등록금 일부 환불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낸 등록금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발한다.
 
예술계열 학과 재학생 김모(26)씨는 "학과 특성상 실습이 많고 재료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등록금도 다른 과보다 비싸다"면서 "온라인 수업 때문에 실습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같은 액수를 돌려받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재 사용이 잦은 공학 계열 학생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장학금의 지급 규모와 재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전국 대학생 2600여명이 대학들을 상대로 낸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측은 최소 등록금의 3분의 1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습의 질 저하뿐 아니라 한 학기 동안 사용하지 못한 시설의 사용료를 포함한 규모다.
 

온라인 강의 확실한데…2학기 등록금도 불씨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뉴스1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등록금 반환과 학기말고사 성적부여 완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뉴스1

 
특별장학금의 지급 재원도 논란거리다. 온라인 강의로 인한 절대평가 때문에 지급하지 못한 성적장학금이 특별장학금 재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일찌감치 등록금 반환 계획을 밝힌 건국대도 성적장학금을 중심으로 한 재원 마련 계획에 반발한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학교는 해당 학년도에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을 학생들에게 면제하거나 감액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어차피 지급해야 할 돈으로 주는 장학금'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중앙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중앙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학사운영이 확실시되는 2학기 등록금도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1학기 등록금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된 곳이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커질 하반기가 문제"라며 "등록금 고지서가 나가는 순간 강한 반발이 뻔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 학기 등록금 인하 요구를 예상하는 대학들은 사이에선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원 규모는 한정적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지원금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대학생 한명당 약 3만원에 그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등록금 반환을 돕는다기보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걸 일부 지원하는 것"이라며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걸 직접 도와주기 위한 지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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