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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제이노믹스의 추락과 한국판 뉴딜의 미래

중앙일보 2020.07.23 00:38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17년 여름은 뜨거웠다. 새 정부 출범에 국민의 기대가 높았다. 대통령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새로운 경제정책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딴 ‘제이노믹스(Jnomics)’가 한국 경제를 저성장과 불평등에서 구할 것이라는 기대가 넘쳤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공일자리 확대, 탈원전, 친노동정책 등으로 대표되는 제이노믹스는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서민 생활 안정, ‘포용적 성장’이란 목표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지난 3년간 경제정책을 돌아보면
비판에 귀 닫고 성과는 미흡할 뿐
한국판 뉴딜 기대와 우려 크지만
제대로 검증·추진해서 실적 내야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논란이 많은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하고, 이념에 치우친 정책보다는 경험적 증거에 기초한 정책을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과도한 규제는 줄여 민간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노동·교육·공공 부문을 개혁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산업구조 개편과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다가 외부에서 큰 충격이 오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한국이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과도한 선심성 복지지출로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중남미 포퓰리즘 국가가 겪은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청와대는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제이노믹스를 비판하면 ‘촛불 정부’를 헐뜯는 기득권 세력, 적폐 세력으로 취급했다. 내부에서 쓴소리하던 인사들도 하나둘 떠났다. 능력과 덕망을 갖춘 경제 원로나 참모가 대통령 옆에 없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수정하기 어렵다. 생각이 같은 사람만 모이면, 자기 신념과 일치하는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커진다.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의 경제정책을 찾고 실행하는 것은 전문 경제 지식과 경험이 없이는 쉽지 않다. 직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경제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정치 지도자와 다수 국민이 임금은 너무 낮고, 집값과 임대료는 너무 높고, 현재 금리 수준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처럼 가장 쉬워 보이는 불평등 해소 정책이 영세 사업자의 고용을 줄이고 오히려 불평등을 크게 할 수 있다. 통화량은 넘치고 다른 투자처가 없으면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모인다. 필요한 주택 공급을 지속해서 늘리지 않고 규제와 세금 일변도의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을 했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흡했다. 공공일자리가 민간 일자리를 상쇄하거나 구조 조정을 지연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예산을 써야 했다.
 
문재인 정부가 벌써 집권 4년 차 여름을 맞았다. 지난주에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과 구조적 대전환을 목표로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디지털 뉴딜’, 저탄소·친환경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그린 뉴딜’과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를 3개의 축으로 해서, 2025년까지 5년간 국비 114조 1000억원을 포함 총 160조원을 투자하여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비대면 사업,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고용보험·산재보험을 확대하고 기초생활 보장을 강화한다.
 
한국판 뉴딜이 일자리를 늘리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사실 그린 뉴딜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과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정부 주도형 투자사업이 대통령 임기 후반에 얼마나 성과를 가져올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규제와 제도 개혁 없이 재정이 민간 혁신과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전체적인 그림은 그럴듯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이것저것 끼워 넣은 세부 사업들이 세금을 눈먼 돈처럼 나눠 먹는 ‘포크배럴(pork barrel: 돼지고기 통)’로 끝날 수 있다. 경제전략이 바뀌지만, 사람은 그대로다. 이 정권에서 누가 맡아서 제대로 추진하고 효과를 검증할지 의문이다. 5년 계획을 내놨지만, 정권이 바뀌면 연속성이 없다.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정부부채만 늘릴 수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문열의 소설과 동명의 영화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시인의 시구(詩句)이다. 추락해도 날개가 있으면 다시 하늘로 비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제구실을 못 하는 날개는 있어도 소용이 없다. 추락한 제이노믹스가 한국판 뉴딜의 날개를 달고 다시 날기가 쉽지 않다. 한국판 뉴딜이 화려한 말과 돈의 성찬(盛饌)으로 끝날까 걱정이다. 내놓은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고 추진하여 민생 안정과 경제 재도약의 실적을 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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