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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홍콩 기업 유치에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텐가

중앙일보 2020.07.23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홍콩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를 폐지한 여파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의 기업이 움직인다는 것은 거대 자본이 함께 이동한다는 의미다. 이를 유치하면 일자리와 투자 자본을 동시에 확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싱가포르·대만·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홍콩을 떠나려는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일본은 ‘국제금융 도시 도쿄’를 모토로 내세웠다. 탈홍콩 금융인들에 대해 비자를 면제하는 것은 물론 사무실까지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홍콩의 증권사를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금융 자본 끌어들여 일자리·투자 늘릴 기회
싱가포르·대만·일본 등 유치전 나섰는데
한국 정부 “검토·추진하는 전략 없다” 외면

한국은 잠잠하다. 뉴욕타임스가 홍콩에 있던 아시아 지역 디지털뉴스본부 일부를 서울로 옮기겠다고 한 것 말고는 알려진 움직임이 없다. 어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홍콩 상황과 관련한 전략을 검토 또는 추진하는 게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불과 두 달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해외 첨단 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저 누워서 감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꼴이다.
 
이래서는 탈홍콩 기업 유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주변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5위다. 싱가포르(1위), 호주(4위), 대만(11위) 등과 경쟁이 안 된다. 기업을 꼼짝달싹못하게 옭아매는 그물망 규제, 딱딱하기 그지없는 노동시장,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멀쩡히 하던 ‘타다’ 서비스를 하루아침에 막아버리는 조변석개식 정책 불안정성, 높은 법인세율 등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마저 보따리를 싸서 외국으로 나가는 ‘투자 엑소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619억 달러(약 74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233억 달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갈수록 줄어든다. 외국 기업 유치는커녕 해외로 나갔던 국내 기업이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은 한 해 900개, 일본은 700개인 리쇼어링 기업이 한국은 고작 10개다.
 
지난주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투입하는 나랏돈이 114조원이다. 탈홍콩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투자를 유치하면 나랏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노동 개혁이 필수다. 당장 하기 버겁다면 법규를 예외 적용하는 경제특구라도 검토해야 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본도 규제와 속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을 찾아 움직이는 법이다. 탈홍콩으로 만들어진 기회,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 있던 글로벌 생산망을 재배치하며 맞이할 기회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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