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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례없는 中 휴스턴 영사관 폐쇄 통보…국제법 위반 소지

중앙일보 2020.07.22 18:49
미국은 21일(현지시간) 휴스턴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사진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은 21일(현지시간) 휴스턴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사진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 정부가 중국의 휴스턴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도록 통보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자 일각에선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무력충돌(전쟁)의 경우에도 영사관 폐쇄에 필요한 시간과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또 관사 및 재산·문서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도 포함돼 있다. 
 
이 센터장은 "심지어 전쟁이 나더라도 영사관 폐쇄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수단을 제공해야 하며, 해당 영사관의 중요 문서 및 자료를 다른 영사관으로 안전하게 옮길 방안이 제공돼야 한다"며 "영사관의 재산과 자료를 보존할 틈도 없이 72시간 이내에 일방적인 폐쇄를 통보하는 것은 협약 위반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폐쇄 사유가 적절한지를 국제법적으로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칙적으로 주권을 가진 '접수국'인 미국이 '파견국'인 중국에 영사관 폐쇄를 통보할 수는 있지만, 그 사유가 타당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영사관이 범죄에 연루됐거나 스파이 활동의 근거지가 됐을 경우에는 폐쇄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세계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외교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영사관만을 폐쇄하는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외교적 기피 인물을 추방할 때도 통상 1~2개월의 시간적 여유를 주는데, 72시간 내 영사관을 폐쇄하라는 조치는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목돼 추방될 경우 접수국은 파견국에 그 이유를 굳이 밝힐 의무는 없지만, 재산과 자료 등을 정리할 수 있는 한 달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통상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사관 설립과 운영은 양국의 합의와 동의에 의해서 이뤄지는 만큼, 영사 특권면제 등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폐쇄 조치를 통보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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