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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명 북적이다 눈총받던 서울시청 6층…입구 문닫힌 채 ‘출입제한’ 안내문만

중앙일보 2020.07.22 18:38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 전경. 왼쪽 안내데스크 옆이 시장실로 들어가는 입구다. 최은경 기자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 전경. 왼쪽 안내데스크 옆이 시장실로 들어가는 입구다. 최은경 기자

지난 21일 오후 서울시청 6층. 시장실 입구로 들어가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에는 ‘용무가 있으신 분은 총무과로 연락주시기 바란다’는 안내장이 붙어 있었다. 투명한 문을 통해 보이는 실내는 조명이 꺼져 어두웠다. 안쪽의 비서실은 불이 켜져 있었지만 오가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별정직 자동퇴직 이어 직원들 타부서 발령
과거 의회서 “소신 있는 보좌진 부족” 질타
“6층 사람들 오로지 시장 위해 일해” 비판도
오세훈 “지나친 외부 영입, 공무원 사기 저하”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권력→의혹’의 장소 돼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6층의 시장 집무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6층 행정부시장실 입구에서는 문 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였다. 이곳 역시 용무 외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6층’이란 말이 특별한 뜻으로 쓰인다. 시장실·행정부시장실·정무부시장실·특보(특별보좌관)실 등 시청 최고위직 집무실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시정에 관한 거의 모든 정무적 판단이 내려지고 정책이 논의되는 곳이라서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집무실은 구청사 3층에 있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6층’이라고 부르는 말은 박원순 시장 때 생긴 용어”라며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때는 시장실이 3층에 있어도 ‘3층’이라고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정무라인이 6층을 거의 다 차지할 만큼 많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22일 서울시 인사과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시장비서실과 정무부시장실에 각각 23명, 13명(정무부시장 제외)이 근무했다. 시장비서실은 23명 가운데 일반공무원이 6명, 별정직이 17명이고 정무부시장실은 일반공무원이 3명, 별정직이 10명이다. 이 외 다른 부서에서 파견된 인력과 전문임기제로 채용된 특보 등이 있다. 
시장실 입구 내부의 불이 꺼져 있다. 왼쪽에 보좌진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보인다. 최은경 기자

시장실 입구 내부의 불이 꺼져 있다. 왼쪽에 보좌진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보인다. 최은경 기자

 
 중앙일보가 입수한 올해 4월 27일 기준 시장단 좌석배치도를 보면 행정1부시장·2부시장실 인력을 제외하고 비서실·기획보좌관실·법령제도개선TF실·정책보좌관실·소통전략실·젠더특보실·공보특보실·수행비서관실·대외협력보좌관실·정무수석실·정무부시장실 등 시장 보좌라인에 52명이 근무한 것으로 나온다. 
 
 지난 4월 28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시장 보좌조직의 규모·역할·성과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회의록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한기영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서실에 직원이 23명이나 있는데 파견직이 또 9명 있습니다. 다 하고 있는 업무들인데 중복된 업무 같은데요.” 
고한석 당시 서울시장 비서실장 “영역을 좀 다르게 나눠서 맡고 있습니다.” 
 
한기영 의원 “시장실에서 근무하는 분이 32명이고 정무부시장실이 총 14명으로 거의 50명입니다. 이렇게 비대하게 된 게 원래 처음부터 이랬나요? 비서진이 너무 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서울특별시라서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업무에 대해 만족도가 더 높아야 합니다. 그런데 업무에 대해 상당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고한석 비서실장 “네,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홍성룡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정무라인·비서실라인이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시장님한테 예스와 노를 건의해야 하고, 이게 옳다 싶으면 직을 걸고 과감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소신을 갖고 보좌하는 분이 부족하지 않나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관해 한 의원은 지난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의 노고에 비해 평가 절하되는 것 같아 조직이 큰데도 정무라인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실로 가는 입구에 출입 금지 안내장이 붙어 있다. 최은경 기자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실로 가는 입구에 출입 금지 안내장이 붙어 있다. 최은경 기자

 
 서울시 한 관계자는 ‘6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청 공무원들이 6층 사람들에게 엄청 휘둘렸다. 여의도 통개발 같은 일반 공무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내놨다. 통상적으로 상향식인 ‘바텀업’ 방식으로 정책이 논의되고 시장 입에서 최종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하향식인 ‘톱다운’ 방식으로 정책들이 쏟아졌다. 남북협력추진단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서들이 생겨 인력을 투입하니 현장엔 사람이 부족했다. 6층 사람들은 시민이 아닌 오로지 시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박 시장 취임 때부터 그랬다.”
 
 시청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 출신 등의 이른바 ‘어공(어쩌다공무원, 주로 별정직)’들을 다수 영입하면서 이들과 기존 ‘늘공(일반공무원)’들 간 갈등이 이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시장이 재임하던 약 9년 동안 서울시 공무원은 2011년 10월 말 1만98명에서 지난달 말 1만 450명으로 약 350명 정도 늘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측근은 지난 2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 전 시장이 근무할 때 시장비서실과 정무부시장실 직원이 22명 정도(정무부시장 제외)였다. 조직 비대화를 막기 위해 비서실뿐 아니라 전체 공무원 수 증원을 최소화하는 게 오 전 시장의 원칙이었다”며 “외부 인사들이 시장 친위부대처럼 갑자기 시청에 들어와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공직사회 사기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공무원법에 따라 고한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시장비서실·정무부시장실에 근무하던 별정직 27명은 10일 자로 자동퇴직 처리됐다.
 
 인사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나머지 일반 공무원들 역시 지난 14일 다른 부서로 발령 나 현재는 시장비서실·정무부시장실에 일반공무원이 각 2명씩 4명 남았다. 시장실 근무 직원 2명 역시 조만간 이동할 예정이다. 결국 50여 명의 시장단 중 정무부시장을 보좌하는 2명의 직원만 남은 셈이다. 이와 별도로 특보 3명은 그대로 있다. 이 중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보고했다고 알려진 임순영 젠더특보는 대기발령 상태다. 
 
 박 전 시장의 대선 행보를 책임지던 ‘6층’은 성추행과 방조 의혹의 장소로 세간에 오르내리게 됐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은 22일 “4년이 넘는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했다”며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하는 위력적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경찰이 서울시청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최은경·이우림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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