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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시행령도 나왔지만…"텔레그램은 현재 예외"

중앙일보 2020.07.22 18:13
연간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 사용자 10만명 이상인 포털·소셜미디어 사업자는 올해 안에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 유포를 막기 위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또 서비스에서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발견하면 유통을 차단하고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이런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0대 국회에서 디지털 성착취물 유포 방지 대책을 담은 일명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왼쪽)과 공범 강훈(18).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왼쪽)과 공범 강훈(18).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개정 시행령에 따라 방통위는 앞으로 매년 5월 말 'n번방 방지법'의 적용 대상 기업과 서비스를 지정한다. 매출 규모가 월 10억원 미만이어도 해당 서비스에 불법 촬영물이 자주 올라와 시정 요구를 받은 업체라면 적용 대상이다. 방통위는 ▶불법 촬영물을 유통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일반인이 이 사이트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서비스의 목적·유형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방통위는 시행령에서 단속의 범위를 '이용자가 공개된 정보를 게재, 공유하는 서비스'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같은 곳에서 불법 영상물이 오가는지 보겠다는 얘기다. 
 
시행령은 적용 대상 사업자들에게 불법 촬영물'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의무화하고, 불법 촬영물을 어떻게 조처를 하는지를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매년 제출하도록 했다. 유통방지 책임자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불법 촬영물인지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도 사업자는 문제가 되는 콘텐트를 임시로 우선 차단·삭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n번방 대책회의에서 여가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불법 촬영물은 신속하게 유포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해 해당 내용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의문은 여전하다. 카카오톡처럼 개인간 대화가 오가는 서비스의 경우, 방통위 단속 대상인지 불분명한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 가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게시판처럼 운영되기도 하고, 비밀번호를 공유한 사람들만 낄 수 있는 폐쇄형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은 오픈 채팅방이 규제 대상인지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이번엔 법 적용 대상의 큰 범주만 얘기하고 다음번에 고시할때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오늘 공개된 시행령 개정안에도 모호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서비스 사업자가 어디까지 기술적으로 관리하고 조치해야 하는지 아직 나오지 않아, 하위 고시와 법령 해설서에서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해소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 시행령은 국내외 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김영주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인터넷윤리팀장은 "지난달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물론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n번방 사건'이 주로 발생했던 텔레그램은 정작 이번 'n번방 방지법'을 적용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측은 "텔레그램은 현재 서비스의 소재 등 여러 가지 사항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법 적용, 처벌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이 주로 발생했던 텔레그램은 정작 이번 'n번방 방지법'을 적용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측은 "텔레그램은 현재 서비스의 소재 등 여러 가지 사항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법 적용, 처벌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n번방 사건'이 주로 발생했던 텔레그램은 정작 이번 'n번방 방지법'을 적용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김영주 팀장은 "텔레그램은 현재 서비스의 소재 등 여러 가지 사항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법 적용, 처벌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외라고 해서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찰청에서 수사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이게 쓸모가 있겠냐'는 지적과 또 다른 한쪽에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법안이 될 수 있게 남은 절차 과정을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2월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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