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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칼 꽂으면 가만 안둔다며…감독, 선수 진술서 검토했다"

중앙일보 2020.07.22 18:02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주장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폭행 사실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1]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주장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폭행 사실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1]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 감독과 주장 선수가 목격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둘은 고 최숙현 선수와 추가 피해자들에게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선수 청문회서 "진술서 실제와 다른 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두 선수의 진술서를 공개하며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 쪽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 김 감독과 통화한 내용으로 진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진술서를 쓴 선수는 증인으로 참석해 "실제 내가 봤던 내용과 다른 면이 있다"고 진술서를 작성할 때 김규봉 감독의 의도대로 적었다고 증언했다.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과 장 선수가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폭행 사실 은폐 정황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도 "(김규봉) 감독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던 5월 중순에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들을 숙소로 불러 경찰 진술서를 쓰도록 하고, 다 쓴 내용을 장 선수와 함께 검토한 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이 공개한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선수는 "감독님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내 등에 칼 꽂은 제자는' 이런 식의 말을 했다. '내가 때린 건 인정해'라고 하면서 '그런데 내 직장, 내 밥줄을 건드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폭로했다. "선수들이 숙소에 모여 있고, 한 명씩 방에 들어가서 감독님이랑 얘기하고 나온 뒤에 진술서를 썼다. 감독이랑 장 모 선수가 하나씩 검토하고"라는 증언도 나왔다.
 
임오경 의원은 전 경주시청 선수가 경주 경찰에서 제출한 진술서 원본도 공개했다. 이 진술서에 선수는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의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본적도 없고 전해 들은 사실도 없다"라고 했다. "김규봉 감독이 항상 많이 챙겨주신다. 장 모 선배는 운동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고, 개인 물품도 챙겨준다"고 적혀있다. 임 의원은 "김규봉 감독이 선수에게 전화해서 위의 내용대로 작성하게 하고, 선수는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하기 전 감독에게 보내 내용 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씨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거짓 진술 정황 등이 우리에게 다 들어왔다. 처음엔 숙현이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한 사람들도 감독의 위력에 의해…"라면서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은 뒤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하니 빨리 조치해달라고 간곡히 말했는데도, '참고인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등 숙현이를 아프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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