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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소송' 내로남불인가, 방어권인가…조국 논문 읽어보니

중앙일보 2020.07.22 17:23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인에 대한 비판을 막는 내로남불일까, 아니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악의적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와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소송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내로남불을 하면 사회에 윤리를 세울 수 없다"고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조국과 진중권 '트윗'으로 충돌  

진 교수가 '내로남불'이란 이야기를 꺼낸 건 조 전 장관이 2013년에 쓴 트윗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트위터에서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진 교수는 조 전 장관을 겨냥해 "공적 인물이시지 않냐. 난 공적 인물도 아닌데 고소 같은 거 안 안한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하지만 페이스북에 "나를 비판하는 분들은 압축된 트위터글이 아닌 책이나 논문을 보길 바란다"며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돼야 한다는 입장"이라 적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는 조 전 장관이 언론에 대해 제기하는 소송을 '내로남불'이라 비판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는 조 전 장관이 언론에 대해 제기하는 소송을 '내로남불'이라 비판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조 전 장관이 2012년에 쓴 논문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과 저서『절제의 형법학』에 언급된 명예훼손 관련 자료, 그의 기자간담회 발언 등을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공인에 대한 언론과 사인의 비판은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다만 "고의를 가지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라며 "그걸 감내하긴 어렵다"는 말도 한 바 있다. 
 

조국의 2012년 논문을 보다 

조 전 장관은 2012년 논문에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이 적시, 유포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공적 인물인 경우 법적 제재를 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주장은 현재 조 전 장관이 언론에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와 다소 부딪치는 측면이 있다. 당시 언론의 보도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과 그의 일가'에 대한 검증 차원의 성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조 전 장관의 소송 제기도 상당히 절제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012년 논문 중 일부. [조 전 장관 논문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012년 논문 중 일부. [조 전 장관 논문 캡처]

조 전 장관은 해당 논문에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BBK의혹을 제기했다 허위사실공표죄로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논문 요약문의 첫 문장은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절차에서 후보를 검증하려는 표현의 자유 행사를 형사처벌로 제약하는 건 무조건 경계되어야 한다"이다. 이어 "부분적 오류, 과장, 허위가 있다해도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억제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전제되어 있지만 역시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최대한 폭넓게 보장되야 한다는 취지다. 
 

조국의 페이스북 반박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 논문과 자신의 현재 소송 등에 관한 입장이 충돌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인에 대한 폭넓은 비판을 허용할지라도, 명백하고 악의적인 허위 보도와 유포 및 명예훼손은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주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논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밝힌 입장. [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논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밝힌 입장. [조국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9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조 전 장관은 "공인의 경우는 어떠한 비난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 "그런데 고의를 가지고 명백한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라며 "그걸 감내해야 하나…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은 사회적 강자'

조 전 장관은 저서『절제의 형법학』에선 사실적시명예훼손죄를 비판적으로 다루며 언론과 공인을 '사회적 강자'라 표현했다. 조 전 장관은 강자인 언론이 강자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비형사적 해결방법을 유지하고, 강자인 언론이 약자인 사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만 법적 처벌을 하자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소송을 제기하는 보도들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보도라 자신이 주장해 온 공인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 주장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다. 현행법은 허위사실뿐 아니라 사실적시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도 일부 사안에 따라 유포자를 처벌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언론은 조 전 장관과 그의 부인인 동양대 교수(사진) 등에 대한 보도를 한바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법원 재판에 나선 정 교수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언론은 조 전 장관과 그의 부인인 동양대 교수(사진) 등에 대한 보도를 한바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법원 재판에 나선 정 교수의 모습. [연합뉴스]

명백한 허위 아니면 '검증'이라 인정될 수도  

다만 조 전 장관의 소송 제기에 대해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법원은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의 경우 '허위사실' 판단의 기준을 엄격히 본다. 보도 당시와 현재 드러난 사실이 일부 다를지라도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일환이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공인에 대한 비판 보도의 경우 법원은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며 "보도에서 명백하고 악의적인 허위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처벌 혹은 손해배상이 일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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