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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 쇼” 통합당 엇박자…충청 정진석 “행정수도 완성 필요”

중앙일보 2020.07.22 16:31
여당이 띄우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야당의 균열을 야기하고 있다. “부동산 실패를 덮으려는 민주당의 쇼”라는 미래통합당의 기존 입장과 달리 통합당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완성은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고개를 들면서다. 
 
찬성론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나선 이는 통합당 최다선(5선)이자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이다. 정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행정수도 이전 이슈, 어떻게 보나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한다. 하지만 개헌 없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헌이 선행돼야 궁극적인 행정수도 완성을 이룰 수 있다. 물론 국회의사당 세종 설치는 개헌 없이도 국회 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다. 
 
원포인트 개헌을 하면 된다는 건가
원포인트 개헌은 안 된다. 권력구조 개선 등 광범위한 차원의 개헌 작업이 필요하고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 뒤에 개헌의 일부로 수도에 대한 신설 규정을 만들 수 있다. 얼마든지 논의를 할 수 있는 사안 아닌가.
 
여당의 주장에 동의하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수도 이전 띄우기는 조급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흔적이 있어 진정성이 의심된다. 그렇게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 진지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정 정파의 정치적 계산,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노골화돼선 안 된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수도 완성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수도 완성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충청 의원들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충남 아산갑이 지역구인 4선의 이명수 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행정수도 완성 자체는 찬성한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행정수도 이전을 공식화하고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귀를 기울일 수 있지만, 여당이 군불만 때는 건 의도가 불순하다”며 “행정수도 완성을 일회성으로 이용하는 건 충청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고충을 토로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 충청 지역 의원은 “‘충청 어느 지역으로 국회와 정부 기관이 옮겨오는 거냐’는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한다”며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와 별개로 주민들이 동요하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통합당이 행정수도 완성을 막았다는 주민 오해가 없도록 당이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 충청 지역 의원은 8명으로 작지 않은 비중이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했던 충청 민심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있다.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 공부 모임 ‘명불허전’에 참석해 “부동산 광풍 와중이라 오해 소지가 있긴 하다”면서도 “통합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당내 행정수도 찬성 목소리가 예상 밖으로 커지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충청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들어볼 것”이라면서도 “여당의 주장은 명백한 부동산 실패 덮기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정부ㆍ여당이 진심으로 수도 이전을 준비했다면 집권 4년 차인 지금 구체적 대안이 나왔어야 했다”며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중차대한 이슈를 불쑥 꺼내는 건 갈등만 초래할 뿐이고, 장기적인 행정수도 완성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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