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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 20억 모은 개국본, 법인에 회비 한 푼 이전 안했다

중앙일보 2020.07.22 16:23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집회를 주최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현 개혁국민운동본부)의 회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던 개국본은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회비 등 기존 자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 수호 집회’를 통해 20억 이상의 후원금을 모은 개국본은 지난해 이 중 4억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사기 당해 불투명한 회계 운용으로 논란이 일었다.
 

신고한 현금재산 4000만원

지난해 12월 개혁국민운동본부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재산목록.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 제공

지난해 12월 개혁국민운동본부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재산목록.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 제공

 
22일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개국본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후원금 등의 자산을 새로운 법인으로 이전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주로 활동해온 개국본은 지난해 말 정식 시민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서울시에 비영리법인 설립을 신청해 올해 초 허가가 났다. 법인 대표는 개국본의 이종원 대표(일명 개총수)와 동일하다.
 
개국본이 서울시에 제출한 관련 서류에 따르면 신고한 현금재산은 4000만원뿐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창립총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제가 4000만원을 출연하고 제가 임대한 사무실을 무상으로 법인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개국본이 서울시에 제출한 재산목록에는 이 대표가 출연한 4000만원과 서울 마포구 한 건물의 임차권이 명시됐다.
 

회비 내역 승계하지 않아

기존 회비가 법인으로 이전되지도 않았다. 서울시에 제출한 서류에서 개국본이 지난해 수입 예산서에 명시한 회비는 24만원이다. 비영리법인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 20명이 연회비로 1만 2000원씩 낸 금액이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최한 개국본은 회비를 포함해 20억원가량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국본이 제출한 서류에는 과거 회비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2020년도 수입 예산서에서 개국본은 “법인을 설립하고자 뜻을 모은 사람들이 소속된 단체의 회비(가) 4억원 정도이므로 법인설립 이후 적극적인 홍보를 바탕으로 1억원 정도의 기부금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언급된 회비 4억원을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기존 자산 승계했어야”

지난해 12월 개혁국민운동본부가 비영리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2019년도 수입·지출 예산서.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 제공

지난해 12월 개혁국민운동본부가 비영리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2019년도 수입·지출 예산서.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 제공

 
개국본은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 방침을 공개하며 “최초 개국본 취지에 맞는 정관 또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개싸움국민운동본부’ 명칭은 ‘개혁국민운동본부’로 바뀌었고, 올해 1월 공식적으로 비영리법인이 됐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개혁국민운동본부’가 ‘개싸움국민운동본부’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기존 회비 등의 자산을 승계했어야 했다”며 “새로 설립된 법인에 기존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후원금 횡령 등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국본 일부 후원자들은 지난달 회계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후원금 반환 소송을 예고했다. ‘개국본 회비 반환촉구소송을 추진하는 촛불연대’(반소연)는 성명서를 통해 회비 반환 소송인단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소연은 성명서에서 “촛불시민들은 지난해 검찰개혁·공수처설치·사법적폐 청산을 위해 개국본에 월 1000원 회비를 적게는 1년 치부터 많게는 10년, 20년 치를 냈으나 이종원 개국본 대표는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회계법인 자료가 있으니 개국본 사무실에서 열람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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