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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세 기준 '5000만원' 엇갈린 반응 "너무 높다""이중과세"

중앙일보 2020.07.22 16:10
"5000만원이면 일반 개미들은 거의 수긍할 듯." (온라인 주식카페 회원)
"5000만원은 너무 높다." (한국납세자연맹)
"거래세가 폐지 안 됐으니 이중과세는 여전히 문제." (30대 개인투자자)
 
28일 만에 후퇴한 주식 관련 과세 방침을 두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금융 세제 선진화 방안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2000만원 넘게 차익을 봤다면’ 세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했었는데, 22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선 ‘주식과 펀드를 사고팔아 5000만원 넘게 차익을 봤다면’으로 과세 기준을 높였다.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0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0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자·배당소득에 비해 주식소득에 과도한 혜택”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근로소득·사업소득은 물론, 자본소득인 이자·배당소득에 비해서도 과도한 혜택”이라고 했다. 연맹은 주식양도세 자체는 “공평 과세 원칙상 올바른 정책”이나 “5000만원은 너무 높다”는 입장이다. 연맹은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현재 20%인 세율을 낮추거나, 당초대로 기본공제 2000만원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적은 차익에도 세금을 매기되 비율을 낮추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국·프랑스·스웨덴·독일 등은 기본공제가 없다.  
 

“어차피 5000만원 못 벌어”…“슬그머니 강도 올릴 것”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투자하고 있거나 앞으로 투자할 금액의 규모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주식투자 3년 차인 직장인 A 씨(30)는 “그 정도로 차익을 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사실 2000만원부터 과세하든 5000만원부터 과세하든 나와 관련 없는 일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월급소득으로 조금씩 투자금을 늘려 지금은 4000만 원어치 정도의 국내상장주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차익 5000만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회원 수 17만명의 네이버 카페 ‘거북이 투자법’에선 ‘얼마 투자해야 5000 버나…’, ‘5000만원까지 (벌) 자신 없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 괜찮다’, ‘5000만원 정도면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거의 수긍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주식 큰손들이 세금 때문에 부동산으로 빠지면 결국 개미 주주들에게도 손해다’, ‘미국 주식 비중을 늘려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틀 전인 20일에는 주식양도세를 완전백지화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2일까지 1만3400명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세법개정안 발표 이틀 전인 20일에는 주식양도세를 완전백지화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2일까지 1만3400명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4년 차 개인투자자 B 씨(36·주식투자금액 2억원)는 “양도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렸지만, 거래세는 여전히 폐지하지 않고 양도세를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12년 차 개인투자자 C 씨(35·주식투자금액 10억원)는 “5000만원으로 설정한 기준이 납득이 가진 않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 숨통은 틔워줄 것 같다”면서도 “공제기준이 연 5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또 30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하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일단 질러보고 반발이 세게 나오면 조금 양보하는 척하다 시차를 두고 슬그머니 다시 강도를 올리지 않았느냐”면서 “개인투자자가 증시의 큰 힘이라면서 양도세를 강하게 매겨선 안된다. 부동산의 사례에서와 같이 양도세를 만지는 순간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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