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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에 있다니까""왜 자꾸 따져" 추미애·김태흠 아찔한 충돌

중앙일보 2020.07.22 15:4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열린 국회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현장에서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김 의원이 열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 의원은 추 장관을 향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검찰 단계로 넘어와 제가 보고를 받게 된다면 그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장관님이 아들 문제에 대해선, 내 아들 신상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아주 세게 말씀하시던데 이럴 때 아들 문제처럼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추 장관은 발끈했다. 그는 “제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의원님이 이 사건 질문과 제 아들을 연결하는 그런 질문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설전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핍박 논란으로 번졌다. 김 의원은 과거 추 장관이 의원 시절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이력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그랬던 분이 지금은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해서 검찰총장을 겁박하시던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성, 독립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장관이 지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안엔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도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내 편 수사를 하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추 장관은 “그때는 3당이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진 정권이었다. 여전히 검찰의 수사 독립은 보장되지 않았던 24년 전의 일”이라며 “지금은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을 깨고 있는 검찰총장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이 불성실하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이 불성실하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회의장도 소란스러웠다.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자 김 의원은 회의장을 향해 “이래서 이 정권이 뻔뻔하다고 하는 거다. 좀 듣고 있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추 장관을 향해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고 해서 ‘조적조’, 추미애의 적은 추미애라는 뜻에서 ‘추적추’란 말이 항간에서 회자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이 추 장관을 향해 법무부 공지 문자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설전은 정점에 다다랐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법무부 입장문 초안을 최 의원이 사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이 작성했다는 법무부 입장문 초안의 특정 단어인 ‘수명자(受命者ㆍ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표현을 군 법무관 출신인 최 의원이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용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었다.
 
김 의원=“장관님 발언 자료를 다 뒤져봐도 수명자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니까요.”
추 장관=“법전에 있다니까요!”
김 의원=“왜 자꾸 따지려고 그래. 내 얘기에 답변만 하시면 되지. 국무위원이 지금 싸우러 나오셨어요? 장관님 기분 좀 가라앉히시고. 여기 와서 싫은 소리 좀 들으시는 거죠.”
추 장관=“제가 싫은 소리를 들을 자세는 돼 있는데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말씀해주시지, 모욕적인 단어나 망신주기 질문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질의응답은 격정적으로 흘러갔다. 김 의원이 “그러니까 나라 꼴이,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하는 거다. 왜 (법무부 장관) 탄핵 소추안을 냈겠어요”라고 소리를 지르자 추 장관은 “야당 권력의 남용 아닙니까”라고 맞받았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박 의장은 추 장관에게 “정부 측에 말씀드린다. 의원의 질문은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답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의원을 향해선 “국민을 대표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지켜달라”고 했다. 야유를 보내던 회의장 내 의원들에겐 “경청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고성 설전은 또 이어졌다.
 
김 의원=“(수명자란 용어가) 법무부 알림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니에요.”
추 장관=“저는 명령, 지휘 이런 말을 즐겨 씁니다. 왜 저는 쓰면 안 됩니까? 최고 감독자인데요. 그래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수명자로 명확하게 쓴 거죠.”
김 의원=“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그 논리가 되겠습니다.”
추 장관=“의원님 말씀은 최강욱은 수명자를 쓸 수 있는 남자이고, 여자 법무부 장관은 수명자란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박원순 시장에 대한 피해자는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면서, 제 아들 신상까지 결부시켜서 질문하니까. 죄송하지만 이 정도밖에 답변을 못 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김기정·하준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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