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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심정지 70대 살리고 간 여성…그는 119에 공 돌렸다

중앙일보 2020.07.22 15:22
지난 18일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길에 쓰러진 70대를 마침 옆을 지나던 간호사(붉은색 원)가 심폐소생술하고 있다. 이 여성은 서울아산병원 백모 간호사로 밝혀졌다. 백 간호사는 "의료인의 할일을 한 것일뿐"이라며 신분 노출을 거부하고 공을 신고한 시민에게 돌렸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길에 쓰러진 70대를 마침 옆을 지나던 간호사(붉은색 원)가 심폐소생술하고 있다. 이 여성은 서울아산병원 백모 간호사로 밝혀졌다. 백 간호사는 "의료인의 할일을 한 것일뿐"이라며 신분 노출을 거부하고 공을 신고한 시민에게 돌렸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4시30분쯤 울산광역시 중구 성남동의 길가에서 한 남성이 쓰러졌다. 70대 심정지 환자였다. 행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마침 맞은편 인도를 걷던 여성이 비명을 듣고 달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간호사임을 밝혔다.
환자의 맥박이 잡히지 않고, 호흡이 비정상적임을 확인하고서는 바로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4~5분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서울아산병원 백모 간호사, 울산서 70대 심정지 노인 살려
"의료인으로서 할 일 했을 뿐"이라며 신분 드러내지 않아

 
그새 119 구급대가 도착했다. 4분여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구급대가 환자를 인계받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 도중 환자는 호흡이 돌아왔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환자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성이 골든타임(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 5분을 넘기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한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은 환자가 떠난 뒤 현장 정리를 마치고 홀연히 사라졌다. 울산 중부소방서 성남119안전센터가 '심정지 환자를 구한 간호사를 찾는다'며 21일 간호사 찾기에 나섰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언론 보도를 보고 당시 같이 걷던 친구들이 소방서에 제보하면서 신분이 알려지게 됐다.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백모(30) 간호사. 이 병원 암병동 종양내과 간호사이다. 21일 지인들이 뉴스를 알려주면서 본인이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백 간호사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다. 대신 22일 울산 중부소방서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인데 많이 당황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119에 신고한 시민과 119구급대에 공을 돌렸다. 
 
백 간호사는 감사 편지에서 "우선 현장에서 함께 119에 신고해주셨던 또 다른 시민분이 있으셨는데, 환자분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순간까지 옆에서 묵묵히 도움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
 
바로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 응급처치를 서둘러주셨던 119 대원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간호사는 울산 출신으로, 주말을 맞아 부모님을 만나고 친구들과 길을 가던 중 환자가 쓰러진 상황을 맞닥뜨렸다고 한다. 울산 중부소방서는 백 간호사에게 '하트 세이버'를 수여할 예정이다. 심정지 환자를 살린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백 간호사가 이를 받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다음은 백 간호사의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병동에서 암 환자분들의 완치를 돕는 백00 간호사입니다.  
밤 근무를 마치고 오늘 아침 퇴근하는 길에 생각지도 못한 뉴스를 보면서 많이 당황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었기 때문에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하려고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기에 저 또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짧게나마 글로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고, 지난 주말에 본가인 울산에 내려갔다가 친구들과 거리를 걷던 중 길 건너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성분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쓰러진 남성분에게 달려갔습니다. 당시 맥박은 잡히지 않았고, 호흡 또한 비정상적인 양상의 호흡으로 판단되어 간호사임을 밝히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4~5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는데 119가 빨리 도착했습니다.
우선 현장에서 함께 119에 신고해주셨던 또 다른 시민분이 계셨는데, 환자분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순간까지 옆에서 묵묵히 도움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체 없이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 응급처치를 서둘러주셨던 119 대원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환자를 간호하는 것이 제 일이다 보니 중증환자들이 여러 번의 제세동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가족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항상 아프고 무거웠는데, 뉴스를 보면서 쓰러지신 남성분께서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시라고 하니 이제야 무거웠던 짐을 한 켠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더욱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안부인사 대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용구인터뷰_질문인터뷰_답변부제 컴포넌트Delete old QnA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건강을 찾아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그날의 긴박한 순간을 잊지 않으며, 제가 담당하는 암 환자 한 분 한 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릴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진정성 있게 간호하겠습니다. 격려와 박수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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