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래 막아놓고 다주택자 집 판다고? ‘김칫국 ’ 부동산 세수 추계

중앙일보 2020.07.22 15:00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율을 올린 데 대해 “증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부터 종부세 세수 증가 폭은 ‘0원’이라고 추계했다. 내년도 다주택자 등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이 대거 주택을 팔면 더는 종부세가 늘지 않을 것이란 가정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가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양도소득세 등 주택 거래에 대한 세 부담까지 늘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매물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6%(3주택 이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로 올렸다. 과세 구간별로 0.6~2.8%포인트로 골고루 세율을 높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율이 올라가니 세금이 더 오르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증세 자체를 위한 인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납세자들은 “집값 잡기가 아니라 증세가 목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2년부터 종부세 세수 증가 없다고? 

‘증세가 아니다’란 정부 해명은 22일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의 세수 효과 추계에서도 등장했다. 기재부는 연도별 종부세 세수 증가 폭을 약 9000억원으로 잡았다. 이 9000억원은 내년에만 ‘반짝’ 증가하고 이후부터는 증가 폭을 ‘0원’으로 계산했다. 내년도 인상분을 그해 12월과 이듬해 6월에 분납하고 나면 더 늘어날 세수가 없다는 가정이다. 이는 내년도 다주택자 등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이 주택을 대거 매각하면 2022년부터는 더는 종부세가 늘어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변광욱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다주택자 등이) 일정 부분 매도를 할 것이라고 가정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추계, 현실성 없다” 지적 왜?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가정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높여 주택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방향으로 세율을 조정한 상황에서 종부세 세율을 올린다고 주택 보유자가 대거 집을 팔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가구가 존재하고, 인상한 종부세 세율이 내년 6월 기준 가격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내년에 주택 매물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율 올리니 작년 종부세, 43% 급증 

정부는 세수 추계에서 2022년 100%로 오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고려하지 않았다. 종부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실제 시장가격에 맞춰 오르면 세수도 늘게 되지만, 주택 가격 변화를 예측하긴 어렵기 때문에 세수 추계에선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종부세 세율 인상은 세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 국세청이 지난 17일 공개한 올해 국세통계(2019년 납세분)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납세액은 2조6712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42.6% 급증했다. 지난해 납세 인원도 59만5000명으로 28.4% 급격히 늘었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세율을 기존보다 0.1~1.2%포인트 올린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종부세 부담은 정부 추계보다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5년간 종합부동산세 세수·납세자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5년간 종합부동산세 세수·납세자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집값은 경제가 성장한다면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부세 세수도 기본적으로 오르는 게 현실적”이라며 “과세 대상자들이 집을 팔 것이란 정부 가정은 정책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 추계가 맞으려면 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았을 때의 이익이 보유했을 때의 이익보다 더 커야 하지만, 양도세를 내리지 않는 상황에선 버티는 사람만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