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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좁은 신혼집 거실을 두 배로…거울 옷장의 마술

중앙일보 2020.07.22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7)

새내기 대학생 시절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늘 지하철 막차를 타러 빠져나와야 했다. 그때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가 참 부러웠다. 늦게까지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대부분의 남자 대학생의 자취방은 술병이 나뒹굴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 많았지만 말이다. 나중에 혼자 살게 되면 청소도 자주 하고 그럴싸하게 꾸미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그후 십수 년 뒤 결혼할 때까지 나만의 공간을 가지지는 못했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부터 작은 신혼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까지 대부분 처음 독립을 할 때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게 된다. 나의 신혼집도 방 하나 딸린 귀여운 공간이었다. 신혼집을 계약하고 나서 ‘어떻게 하면 저 작고 귀여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큰 집을 구했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듯이 서울에서 집을 구할 때는 원하는 바를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평면도를 두고 이리저리 가구 배치를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오래된 아파트라 수납공간 자체가 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가스레인지 옆에 바로 세탁기가 위치했으며, 베란다로 넘어가려면 소파를 타고 넘어가야 했다. 하나 있는 방에 침대를 넣으니 문이 반만 열리게 된다. 가뜩이나 덩치가 큰데, 과식이라도 하는 날에는 안방 출입을 못 하는 참사가 벌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모든 문(여닫이)을 떼버리고,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을 배치했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을 소개한다.
 
거울 달린 슬라이딩장은 집안을 넓어 보이게 한다. [사진 레오가구]

거울 달린 슬라이딩장은 집안을 넓어 보이게 한다. [사진 레오가구]

 
집들이에 왔던 손님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거실에 붙박이장처럼 있는 ‘거울 슬라이딩장’이다. 거실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작은 공간이었는데, 거기에 옷도 보관해야 했다. 총각 시절 행거에 그냥 옷을 보관했는데, 살 때는 분명 행복을 주었던 옷이 너무나 답답해 보였다. 심지어 새벽에 행거가 쓰러져 자다가 옷더미에 깔리는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그때 독립하게 된다면 꼭 옷장을 사리라 다짐했다.
 
생각보다 옷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치수가 맞지 않으면 동선을 가려서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가로세로뿐만 아니라 깊이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좁은 공간에선 옷장은 미닫이문이 달린 것이 효율적이다. ‘슬라이딩 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데,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미닫이문에 포인트를 주면 집안 분위기를 살려준다. 나는 미닫이문에 거울이 부착된 것으로 구매했는데, 작은 공간을 두 배로 넓어 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3통짜리 슬라이딩 장의 모든 문에 거울을 붙이고 싶었으나, 과하다는 아내의 만류로 1개의 거울만 붙였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다. 한 면이 모두 거울인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갤러리나 스튜디오가 아닌 가정집에는 1~2개 정도의 거울이면 충분한 것 같다. 단, 슬라이딩 장은 단점이 있다. 이사할 때나 버려야 할 때 번거롭다는 것이다. 보통 옷장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할 기사를 써야 한다며 이사업체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일쑤고, 버릴 때는 동사무소 등에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액자형 테이블, 인테리어 용품으로 산 아이템 중 단언컨대 가장 실용적이다. [사진 1300K]

액자형 테이블, 인테리어 용품으로 산 아이템 중 단언컨대 가장 실용적이다. [사진 1300K]

 
두 번째 아이템은 ‘액자형 테이블’이다. 나는 그 테이블 회사의 영업사원도 아니지만, 이미 몇몇 친구에게 구매를 종용했을 만큼 만족도가 크다. 심플한 이미지부터 화초, 명화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식탁을 놓기 어려운 공간에서 접이식 테이블이 매우 활용도가 높고, TV나 노트북을 보며 밥을 먹기에 좋다. 라면을 하나 끓여 먹어도 맨바닥에 놓고 먹는 것보다 멋들어진 액자형 테이블을 펴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말이다.
 
집안을 좀 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추천 이유다. 그림을 하나 사서 벽에 걸어 놓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든다. 어떤 그림을 어디서 구매할 것인지 알아봐야 하며, 벽에 거는 방법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부분 못을 박을 수는 없다. 해야 한다면 꼭꼬핀을 추천한다. 꼭꼬핀은 4~5개의 작은 핀으로 벽지에 고정할 수 있는 고리로 최대 2kg 정도까지 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테리어를 위해 그림을 사는 것보다 액자형 테이블을 구매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인테리어 이미지를 카페처럼 벽에 기대어 놓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허세 부린다고 뭐라 할지 모르지만, 고급 식탁이 있더라도 접이식 테이블에서 더 많이 식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쓰기 편하다.
 
꼭꼬핀은 벽에 못 질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천재적인 발명품이지만 자칫 벽지를 찟을 수 있다. [사진 JAJU]

꼭꼬핀은 벽에 못 질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천재적인 발명품이지만 자칫 벽지를 찟을 수 있다. [사진 JAJU]

 
신혼집을 구할 때 ‘수많은 불빛에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다’는 청춘 드라마의 카피를 보고 크게 공감했던 적이 있다. 저 많은 집 중 내가 살 곳 구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한탄하기도 했다. 발품 끝에 구한 곳은 숲이 가까이 있지만, 나와 동갑인 낡고 좁은 곳이었다. 매일 숲을 산책하겠노라 야무진 꿈을 꾸며, 녹물과 약한 수압, 좁은 공간을 무릅쓰고 입주했다. 일상에 지쳐 산책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갔지만, 좁고 낡은 공간은 안락했다. 살아보니 집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했다. 그리고 작게 시작한다고 끝까지 작은 것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는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거란 소박한 꿈을 꾸는 것도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됐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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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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