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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누가 따나···영양 오기로 한 베트남 근로자 '입국무산'

중앙일보 2020.07.22 12:05
외국인계절근로자. [중앙포토]

외국인계절근로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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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양에 고추 수확을 돕기 위해 오기로 한 베트남 근로자들의 집단 입국이 무산됐다. 해외 입국자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자꾸 나오자 법무부가 외국인 계절 근로제 근로자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해서다.
 

법무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조항 손질
지자체 출국 보증에서 정부 보증으로

 김종헌 경북 영양군 부군수는 22일 "오는 27일 인천공항에 전세기로 입국해 영양에 오려 한 베트남 근로자 380여명의 '영양행'은 이날부로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추 농가 등 지역 120여 농가에도 베트남 근로자들의 일손을 빌릴 수 없다는 아쉬운 소식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3일 외국인 계절 근로제 근로자 입국 조항을 일부 바꿨다. 기존에는 농촌 일손을 돕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해당 국가 지자체의 출국 보증이 있으면 비자를 받아 우리나라 입국이 가능했다. 최장 90일까지 농업 부문에 합법적인 취업을 보장받았다. 
 
 정부는 이 내용 가운데 '지자체 보증'을 '정부 보증'으로 손질했다. 즉,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자체 보증이 아니라 정부의 출국 보증이 있어야 비자를 받아 합법적인 입국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보다 정교하고 세심한 외국인 출입국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입국이 무산된 베트남 근로자 380여명은 지난 5월부터 입국을 준비해왔다. 베트남 현지에선 근로자들이 해외에 일을 하러 가는 문제로 정부의 출국 보증을 받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한다. 자국민의 불법 체류 문제로 늘 잡음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영양군은 다음 달 고추 수확이 걱정이다.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추 주산지다. 재배면적만 1300㏊ 이상이다. 다음 달 초부터 시작되는 고추 수확기에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수확 자체가 힘들다. 영양군 관계자는 "군부대 등에 고추 수확 일손 돕기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북 영동군 양강면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계절근로자들이 복숭아 열매솎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영동군 양강면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계절근로자들이 복숭아 열매솎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한상식 경북도 농촌활력과 담당은 "8월 중에라도 입국이 가능한지 법무부에 거듭 협조를 요청하는 등 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충북도·전북도 등에서도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 가부에 대해 문의가 올 만큼 아직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고 했다.  
 
 농촌 현장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막혔다. 수확 철 농가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꼭 필요하다. 인건비·인력수급 문제로 국내에선 농가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를 보여주듯 최장 90일까지 농업 부문에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제 근로자는 2015년 19명이었으나, 지난해 3600여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농촌 현장은 어려움에 빠졌다.
 
 베트남 근로자의 하루 일당은 농작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8만원에서 10만원 선이다. 체류 기간 숙식은 농가에서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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