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S 사장, 임원회의서 "수신료 국면 앞두고 실수 조심하라"

중앙일보 2020.07.22 11:31
양승동 KBS 사장 [사진 KBS]

양승동 KBS 사장 [사진 KBS]

양승동 KBS 사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오보와 관련해 2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수신료 국면을 앞두고 실수나 임직원 언행에 유의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상무 전 앵커 등 KBS '검언유착' 오보 진상규명 서명 나서

KBS 직원들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를 공개한 뒤 “KBS 수뇌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자세로 국민들의 여론을 뭉개고자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양승동 사장이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앞서 KBS는 18일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인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또 21일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에도 이같은 정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오보로 드러났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이에 대해 KBS 직원들은 이날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이란 제목의 성명서에서 “방송한 지 하루 만에 KBS 보도본부가 스스로 백기를 들고 ‘KBS 뉴스9’를 통해 사과 방송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며 “KBS 뉴스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에 나선 현 정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KBS 보도본부 역사상 유례없는 대참사”라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20일 임원회의에서 나온 “단정적 표현에 대한 사과한 것”(김종명 보도본부장) “개선방안을 추후 다시 말하겠다”(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등 주요 간부의 발언을 열거하면서 “사고를 쳤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조직에겐 미래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①양승동 사장의 대국민 공개 사과 및 책임 ②정확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후속조치를 위한 노사합동조사위 구성 ③김종명 보도분부장과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정홍규 사회부장 등의 직무정지 및 보도경위 조사④KBS 기자협회의 진상 조사 및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황상무 전 앵커 등 22일까지 서명에 참여한 KBS 직원들의 명단이 함께 실렸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편 야당 측에선 “KBS가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노골적인 친여(親與)적 방송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수신료 국면’을 언급한 20일 국회에서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을 적절한 규모로 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현실화돼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
양승동 사장은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직무 정지하라
 
KBS 보도본부 역사상 유례없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KBS뉴스9〉 는 지난 7월 1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前 기자와의 〈검언유착〉 녹취록 내용을 보도한 바가 있다. 그런데 〈KBS뉴스9〉 는 이 보도가 사실은 정확한 취재와 검증을 거친 팩트가 아님을 방송 그 다음날 바로 셀프 시인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KBS 뉴스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에 나선 현 정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방송한 지 하루만에 KBS 보도본부가 스스로 백기를 들고 〈KBS뉴스9〉 를 통해 사과 방송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KBS는 여론의 매서운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KBS 보도는 창작과 허구〉 라는 입장을 밝히며 KBS 기자들의 소설을 쓰는 듯한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오보와 관련해 KBS 기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진중권 교수는 〈구라친 KBS...이 놈의 정권은 날조공작 없이는 유지 안 되나〉 라며 KBS를 거짓말하는 집단, 날조공작 하는 데 공조하는 세력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오보사건에 분노한 네티즌들도 비판성 댓글로 KBS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KBS는 없어져야할 방송국 시청료 인상 턱도 없다. 아주 소설을 써서 보도를...악질 정권의 나팔수 KBS 문 닫아라! 국민의 수신료 받아 정권의 개가 된 공영방송도 이제 사장이 책임지고 관련자 색출해 관련자 벌을 받게 하고 사장도 그만 내려와야...공영방송이라면서 국민들로부터 매달 시청료는 받아들이면서 허위편파 방송을 하면서 고소를 당하고 헛튼 짓 하는데 국민들이 더 이상 KBS에 시청료를 낼 필요가 없다〉 (주요 인터넷 댓글)
 
네티즌들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하고 편파방송에 올인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을 보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문책하지 않으면 수신료를 더 이상 낼 수 없다며 KBS 수신료 징수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KBS 오보방송을 접하며 극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정작 KBS 경영진의 반응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제 양승동 사장이 주재한 KBS 임원회의와 엄경철 국장이 주재한 KBS 보도국 취재제작회의의 주요 발언 등을 보면 KBS 수뇌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자세로 국민들의 여론을 뭉개고자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 양승동 사장 발언개요 (KBS임원회의 7월20일)
〈경위 파악하고 사후대책 포함해 함께 보고할 것. 수신료 국면 앞두고 실수나 임직원 언행에 유의할 것〉
 
❍ 김종명 보도본부장 (KBS임원회의 7월20일)
〈주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거 같음. 개선책 마련하겠음. 단정적 표현방식에 대한 사과였음〉
 
❍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KBS보도국 취재제작회의 7월20일)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과 방송까지 하게 됐다. 책임감 느낀다. 개선안 마련하겠다. 사회부장이랑 논의해 개선방
안 찾고 있다. 추후에 다시 말하겠다>
 
양승동 사장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더구나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은 본인들의 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진 않는다. 뻔하지 않은가? 정확한 진상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사고를 쳤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조직에겐 미래가 없다. 희망과 비전이 생길 수 없다. 
 
책임져라. 우리는 요구한다.
 
1. 양승동 사장은 공영방송의 신뢰를 파탄시킨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책임져라.
2. 양승동 사장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후속조치를 위한 노사합동조사위원회 구성에 호응하라.
3. 양승동 사장은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 등을 직무 정지시키고 보도본부 내부적으로 보
도 경위를 명확히 조사하라.
4. KBS기자협회는 즉각 이번 오보방송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라.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일동〉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