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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가 부른 ‘패닉바잉’···서울 6월 주택 거래량 90%껑충

중앙일보 2020.07.22 06:00
집값은 오르고 30대 흙수저들이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가 400억원에 통째로 매입해 화제가 된 강남구 삼성월드타워. [연합뉴스]

집값은 오르고 30대 흙수저들이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가 400억원에 통째로 매입해 화제가 된 강남구 삼성월드타워. [연합뉴스]

직장인 김 모(36) 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샀다. 전용 75㎡의 매입가는 3억 중반대. 50년 된 한 동짜리 아파트였지만, 서둘러 매입했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에서 집을 못 살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잦은 정책에 집 못 살 듯한 불안감 조장"
6월 서울 주택매매 심리지수 150.1 기록

김 씨는 “지난해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부 정책이 너무 자주 나오고 정책 변수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탓에 이른바 ‘패닉 바잉’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봐뒀던 아파트값이 6개월 만에 2억원 넘게 올라 ‘소외주’ 격인 한 동짜리 낡은 아파트라도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30대 흙수저가 서울에서 집 사기가 정말 힘들고, 집 문제로 여자친구와 사이도 안 좋아진 상황”이라며 한숨 쉬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집을 ‘패닉 바잉(Panic Buyingㆍ공포에 의한 사재기)’ 또는 공황 구매한 경우는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 수치로도 드러났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서울 주택거래량은 1만9463건으로 5월(1만255건) 대비 90% 늘었다. 
폭등한 주택 거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폭등한 주택 거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담보 대출을 금지한 지난해 12ㆍ16 대책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확대하고, 규제지역을 더 넓혔다. 이어 강남 일부 동네를 사실상 주택 거래 허가지역으로 묶고 3억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6ㆍ17 대책, 종부세를 최고 6%까지 올린 7ㆍ10 대책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온갖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늘었다.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흔든 탓에, 김 씨처럼 사람들이 '패닉 바잉'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바뀜이 많았던 곳은 중저가의 주택이 많은 강북 지역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의 대출규제로, 중저가 아파트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의 6월 주택 거래량은 1만364건으로 5월(5298건) 대비 96% 치솟았다. 즉 배로 뛰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삼각산 아이원’(1344가구)은 지난달 총 2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 전체 거래량(62건)의 절반 수준이 한 달 만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5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7억8000만원에 달한다.  
 
인기 지역의 거래량 역시 폭발했다. 강남 4구(5월 1752건→6월 3427건), 경기(2만2482건→4만3956건)의 거래량 상승률도 같았다. 배 이상 뛴 지역도 있다. 165.5% 늘어난 세종(620건→1646건)과 106.9% 늘어난 대전(3027건→6263건)이다.  
 

각종 규제에도 '집값 오른다' 심리지수 최고치

이런 '역대급 거래량'이 속출한 데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 온갖 규제를 퍼부으며 시장을 옥죄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지난 15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를 한 결과 서울의 주택매매 심리지수는 150.1을 기록했다. 5월(121.5)보다 28.6포인트 올랐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주택매매 심리지수는 140.9를 기록해 2017년 7월(142.5)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이 지수는 전국 152개 시ㆍ군ㆍ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나왔다. 0∼200 범위의 값으로 표현되며 심리지수가 95 미만은 하강국면, 95 이상ㆍ115 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이 정책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규제로 옥죄려고만 할 게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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