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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도 가입된다? 저렴한 '어린이 보험' 진실

중앙일보 2020.07.22 06:00 경제 1면 지면보기
“아직 어린이입니다”  

직장 생활 4년 차인 민모(28)씨는 올해 1월 보험상담을 받다가 만 3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보험’을 권유받았습니다. 민 씨는 “보장범위가 어른 보험보다 좋다고 해서 어린이보험을 선택했다”며 “기본 3대 질환 보장에다 특약을 몇 가지 추가했고, 90세까지 보장하는데도 월 보험료가 6만원으로 같은 조건 성인보험보다 2만~3만원 저렴하다”고 말했습니다. 90년생인 직장인 홍모(31)씨도 이런 이유로 최근 어린이보험에 들었습니다. 90년생도 ‘어린이’가 되는 어린이보험, 대체 뭘까요?
어린이보험.

어린이보험.

#보험료 낮추고 보장기간 늘렸다

=어린이보험은 원래 0~15세 사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종합보험이다. 성장기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입원비, 치료비 등 병원비를 보장한다. 보장 범위가 넓은 데다, 같은 보장이라도 성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최대 30~40% 싼 특징이 있다. 암,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같은 주요 질환 진단비 보장금액이 성인보험 대비 최대 수천만원 더 많고, 수술비 보장 조건도 좋다.
 
=특히 성인보험처럼 암에 대한 90일 면책기간이 없어서 보험 가입 후 1년 내 암 진단을 받아도 보험금이 삭감되지 않는다.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 등에서 “만 30세 이하라면 무조건 어린이보험을 들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최장 100세까지 보장되는 상품도 많다. 2011년 동양생명이 내놓은 ‘수호천사 꿈나무자녀사랑보험’이 100세 보장 어린이보험의 시초 격이다. 보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입 가능 연령도 만 15세에서 최근 만 30세까지로 확대됐다.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어린이보험의 가입 가능 연령을 만 30세까지로 확 늘렸다.
 

#보험사의 20대 끌어오기 전략

=보험 사각지대인 2030세대를 보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험사의 전략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해 10월 조사한 결과,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58.5%, 30대는 73.1%였다. 평균 80%대가 가입한 4050세대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다. 
 
=손해보험 역시 20대는 66.5%, 30대는 82.6%로 80%대 중반의 가입률을 보인 4050세대에 비해 가입률이 낮았다. 한 독립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료를 적게 받고 보장을 더 해주더라도 어린이보험을 통해 보험에 들 생각이 없는 2030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출산을 앞둔 부부를 대상으로 어린이보험의 ‘태아특약’도 인기다.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면 임신한 걸 안 날로부터 22주 안에 태아 관련 특약에 가입할 수 있고,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보장을 받는 ‘산모보장’도 들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평생 충성고객을 모을 수 있는 기회다.
 
=2030세대가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 중‧장년층 대상 상품에 비해 손해율이 낮을 것이란 인식도 있다. 청년층이 암‧심혈관‧뇌혈관질환 등 3대 질환을 포함, 큰 병원비가 드는 질환에 걸리거나 상해를 입을 확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1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 페어에서 태아, 어린이 보험을 상담하고 있다. 뉴스1

관람객들이 1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 페어에서 태아, 어린이 보험을 상담하고 있다. 뉴스1

#어디서, 얼마나 팔고 있나

=대부분 보험사가 어린이보험을 팔고 있다. 업계에선 ‘전통강자’ 현대해상과 ‘신흥강자’ 메리츠화재의 경쟁이 치열하다. 2004년 업계 최초 어린이전용 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를 2019년까지 350여만 건 판매했다. 올해 초에는 선천적 기형과 질병을 보장하는 특약 20종에 대해 6개월 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만 30세로 높인 ‘어른이보험’을 출시한 메리츠화재는 같은 해 10월 주의력결핍장애(ADHD)‧천식‧자폐 등에 대한 보험 인수 거절조건을 크게 완화한 유병자 어린이보험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 영업을 하고 있다.
 

#불필요 보장항목 따져봐야 

=보장범위·기간이 늘면서 실제 ‘어린이’ 보험 수요자의 불만도 있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나오는 어린이보험은 보장을 조금만 많이 받아도 월 5만~10만원은 기본으로 나가는데 오랜 기간 내야한다. 어린이보험의 본질과 다른 부가적 요소들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며 “성인보험과 비슷해졌다”고 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최근 이 같은 점을 노려 월 9900원에 납입기간이 3년으로 짧은 실속 어린이보험인 ‘월9900 어린이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20대면 무조건 어린이보험’이라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단 자기에게 꼭 필요한 보장항목을 따져보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어린이보험 손해율이 성인 실손보험 손해율보다 크게 낮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2030세대가 비대면 등 간편한 보험청구 방식을 활용해 알뜰하게 보험금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보장범위가 넓어 실제 보험금 지급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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