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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5시 "공항밖 내보내달라"···코로나 항의 모두 달랜 한사람

중앙일보 2020.07.22 05:00
“하루하루 ‘오늘 또 버텼구나’ 하면서 보냈어요.”
 

코로나 6개월, 인천공항검역소 주역들
②막내 뇌수막염 때도 못 가본 김진숙 검역과장

김진숙(54)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과장은 지난 3~4월 미국·유럽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쏟아져 들어올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22일 오후 유럽발 입국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검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지난 3월 22일 오후 유럽발 입국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검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서울대 약대를 나와 2006년 보건복지부 보건직 공무원(5급 특채)이 된 김 과장은 지난 2017년부터 인천공항에서 일했다. 현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검역을 총괄한다.
 
2터미널로는 대한항공·델타항공·체코항공 등이 온다. 3~4월엔 코로나19가 폭발하던 유럽과 미주 노선 상당수가 2터미널로 밀려들었다. 미국 서부에선 새벽에, 미국 동부와 유럽에선 오후에 비행기가 도착한다. 늘 대기 상태였다.  
지난 4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도착 안내판 미국발 여객기가 표시돼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4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도착 안내판 미국발 여객기가 표시돼 있는 모습. 뉴스1

  
당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지침이 일주일에 세 번 바뀐 적도 있다. 바뀐 지침은 늘 0시부터 적용됐다. 새 지침이 현장에서 문제없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이를 잘 숙지해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도 김 과장 몫이었다. 특별검역절차도 그 때 생겼다. 정부는 3월 19일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특별검역을 시작했다. 유증상자와 단기 체류 외국인은 공항에서, 무증상자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자택 등 거소지에서 격리하면서 검사를 받게 한 것이다.  
 
“주말이라고 특별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날의 연속이었어요.”(김 과장)
“많이 힘들었겠네요.(기자)
“우울할 틈도 없었어요."(김 과장)
 
 
국립인청공항검역소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국립인청공항검역소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보름간 집에 가지 못했다. 남편이 옷가지를 싸다 주기도 했다. 김 과장은 “직원들에게만 참으라고 말할 수 없지 않냐. 과장도 같이 먹고 자면서 참자고 해야 직원들이 따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김 과장이 '힘들지, 그래도 잘 버티자'며 직원들을 다독이며 팀플레이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자녀가 셋인데 막내(17)가 4월 뇌수막염에 걸려 사나흘 입원했을 때도 행여 바이러스를 옮길까 싶어 가지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주차장에서 잠깐 딸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게 전부였다. 

 
당시엔 입국자 만큼 급증한 민원을 감당하는 것도 큰 업무였다. 입국자가 유증상이면 공항시설에 머물며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유학생 부모들은 “(거기에 머물면) 없던 병도 걸린다. 데려가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김 과장은 “길게는 1시간 반 동안 통화했다. 직원들이 민원 전화를 받으면 검역장에 나갈 수 없으니 사무실의 모든 전화를 내 휴대전화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하루 종일 전화를 받았다. 새벽 4~5시에도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빨리 대상자를 공항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민원인에 “죄송하다. 가족들을 보호해야 하니 불편해도 참아달라”고 부탁했다.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당시 하루에 20~30통의 민원전화가 왔고, 그걸 김 과장이 다 감당했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 안과전문의 신희종(대위·31) 군의관이 심층 역학조사하는 2선 검역 과정을 김진숙(54)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과장이 확인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국군수도병원 안과전문의 신희종(대위·31) 군의관이 심층 역학조사하는 2선 검역 과정을 김진숙(54)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과장이 확인하고 있다. 사진 검역소 제공

 
끼니를 거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검사를 받은 유증상 입국자는 음성 판정을 받고 공항을 나서면서 연신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도 털어놨다. 김 과장은 “현재 미국 출국자를 검역하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엔 출국 검역에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입국자 검역에 역량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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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나면 뭘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원래 일주일에 세 번씩 수영했어요. 그때처럼 운동하고 주말엔 산책하고, 가족들과 밥도 먹고 그런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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