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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의 역설···'호갱방지법'이 '전국민 호갱법'이 됐다

중앙일보 2020.07.22 05:00
 말 많고 탈 많은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어떤 형태로든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단통법 개정안(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단 계획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단통법과 관련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용요금이나 단말기 가격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분리공시제도를 재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다.  
 

단통법은 모두가 비싸게 사는 전국민호갱법?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문제를 막기 위해 ‘호갱(호구+고객, 이용당하기 쉬운 고객) 방지법’으로 등장한 단통법이 최근 ‘모두가 비싸게 사는 전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각계각층에서 “단통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 지급(단통법 위반)으로 512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것도 이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렇다면 애초에 단통법은 왜 등장했고, 어쩌다 전국민 호갱법이란 오명을 쓰게 됐을까. 단통법 시행 이전 이통 3사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데 마케팅을 집중했다. 이통사가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고객을 유치하는 유통망에 고가의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풀었고, 이 자금이 고객에게 지원금 형태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또 집단상가와 동네 대리점 간 리베이트가 달라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랐다. 여기에 이통사가 경쟁사의 유치 실적을 보고 기습적으로 보조금을 뿌리면서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 액수는 시점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   
 

소비자간 지원금 차별 없애자는 취지로 도입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렇게 소비자가 가입 유형이나 지역, 구입 시점에 따라 보조금을 다 다르게 받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게 단통법이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등의 가입 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이 금지되고,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은 30만원(2017년 일몰)으로 제한하며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왜 발품을 팔아 싸게 살 기회를 막느냐”, “싸게 사는 게 불법이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가 2016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2%가“변화 없다”고 응답했고, 30.9%는 “가계 통신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여기에 단통법이 이통3사의 가격 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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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통법 개정하고 분리공시로 보완" 

이로 인해 각계에서 단통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선 정부는 기존의 단통법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풀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ㆍ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와 업계, 학계로 구성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는 지난 10일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논의 내용으로 ▶가입유형에 따라 공시지원금의 합리적 차별 허용, ▶추가 지원금 폭 확대, ▶지원금 공시 주기 단축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방통위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분리공시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비용과 요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따로따로 공시하면 제조사는 단말기를 많이 팔기 위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 수 있게 되고, 이통사는 이통사대로 마케팅 비용을 아낌으로써 통신비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란 계산이다. 
 

"단통법 폐지하고 완전자급제로 가야" 주장도 

올해 3월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유통 매장을 방문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올해 3월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유통 매장을 방문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에선 단통법을 개정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통법 자체를 폐지하거나 아예 완전자급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용자 차별을 막으려던 법안이 되려 모두가 비싸게 사는 부작용을 초래한 만큼 단통법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며 “특정 요금제 강제 같은 금지 규정만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완전자급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완전자급제란 전자제품을 구입하듯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구매하고, 요금제만 이통사에서 가입하는 형태다. 완전자급제로 가게 되면 단말 가격과 통신요금이 각각 인하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다만 이 안에 대해 한상혁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수만에 달하는 유통점을 볼 때 쉽게 선택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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