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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당자리에 20층···김정은 격노한 평양종합병원 뭐길래

중앙일보 2020.07.22 05: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현지지도에서 책임자를 전면 교체하며 격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전했다. 이날 현지 지도에는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태성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함께 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현지지도에서 책임자를 전면 교체하며 격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전했다. 이날 현지 지도에는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태성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함께 했다. [노동신문]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평양종합병원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당의 이미지에 흙탕질이 될 수 있다고 준절히 비판하셨다."
 
지난 20일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기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9일(보도일 기준) 만에 경제 분야 시찰에 나섰는데, 그 장소는 이른바 '1호 사업'인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격노하며 책임자까지 전면 교체했다는 것이다.
 

◇명당에 위치한 20층 고층병원 

평양종합병원이 들어설 평양시 문수거리 일대. 이 곳은 당창건 기념탑 바로 앞에 위치한 평양 시내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구글맵 캡처]

평양종합병원이 들어설 평양시 문수거리 일대. 이 곳은 당창건 기념탑 바로 앞에 위치한 평양 시내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구글맵 캡처]

 
평양종합병원은 약 20층에 달하는 고층건물이다. 평양시 문수거리 문수 광장에 자리 잡고 있는 당창건 기념탑 바로 앞에 있다.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에서 대동강을 건너 바라보면 바로 보이는 평양 최고 명당자리다.
 
이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던 지난 3월 17일 착공했다. 신종 코로나의 진앙인 중국 우한에 응급병원 훠선산(火神山·병상 1000개 규모)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병상 1300개 규모) 병원이 착공 10일 만에 완공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평양도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신종 코로나가 번지고 난 뒤 평양이라도 (방역을) 잡고 가야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거기에 중국이 초고속으로 병원을 지어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목격한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1순위 과제로 본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인민 중시' 강조하고픈 김정은의 랜드마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건설자들을 독려하는 한편,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건설자들을 독려하는 한편, 건설과 관련한 경제조직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노동신문]

 
이후 평양종합병원은 당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 방역과 함께 2대 안건에 오를 만큼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이었다.
 
3월 17일 착공식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첫 삽을 뜨고 발파 단추를 눌렀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당 기념일(10월 10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하며, 내각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최대한 앞당겨 공급하라고 했다. 북한의 '코로나 총력 대응'과 김 위원장의 '애민(愛民·인민 사랑)'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대북 제재로 건설 자재와 의료기구 공급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완공 기한을 맞추는데 차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이는 사업은 기관의 예산이 아닌 중앙 예산으로 집행된다. 그런데 코로나19 및 대북 제재 상황으로 중앙에서 예산을 충분히 지급하지 못하면서 책임 간부들이 주민들로부터 자재료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평양종합병원은 김정은의 애민 사상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건설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충돌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위원은 "평양을 핵심 지역으로 삼아 민심 다독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되레 인민반 할당이나 노력 동원 등 일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자, 김정은이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김 위원장이 제시한 노동당 창건일까지의 완공 시한은 맞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與, "평양종합병원 지원, 정상회담과 연결" 군불 떼기

북한의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여권에서는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북한의 관심이 높은 평양종합병원 등 병원시설·의료인력 개선, 개성이나 비무장지대(DMZ)에 '남북생명보건단지' 구축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중앙포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멘토들도 한목소리로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4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전문가 특별 대담에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역점사업으로 정한 만큼, 남북 보건·의료 협력 구상이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종석 전 장관은 남북협력기금 1조2000억원을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지원하고, 남북정상회담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하자며 구체적 방안까지 제안했다. 
 
그동안 한·미연합훈련 실시 등을 이유로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거절해왔던 북한도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평양종합병원 관련 지원에는 손을 내밀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로 삼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엔에서도 방역물품에 대한 제재 면제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다. 박원곤 교수는 "여권에서는 평양종합병원 건설 지원을 경색된 남북관계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건물은 건물이고 병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CT·MRI 등의 첨단 기기는 모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쉽게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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