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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태년 난데없는 수도 이전? 여론조사로 미리 살폈다

중앙일보 2020.07.22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국회 연설로 점화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여권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찬성 여론 확인 뒤 연설문에 담아
이낙연·김부겸 등 일제히 지원
통합당 “이미 위헌, 국면전환 꼼수”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핵심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존 ‘행복도시법’(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으로 2004년 위헌결정으로 사라진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내용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처음 꺼낸 건 이번 연설 준비를 위해 지난 14일 열린 실무단회의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저의 오랜 지론”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논의에서 한 참석자가 “한차례 위헌 결정이 됐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김 원내대표는 “당시는 여당만 추진해서 그렇다. 여야가 합의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 지시로 지난 17~18일 자체 긴급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민주당 핵심인사는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 응답은 62%, 반대는 33%, ‘무응답·모르겠다’는 응답은 5%였다”며 “16년 전과는 여론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연설문에 담기로 결정한 것은 19일 오전에 열린 실무 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뒤였다고 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희 세종시장(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폭등이 이슈가 된 이후 당내에선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아이디어 수준에서 돌아다녔다.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지 않고는 서울 수요를 분산시킬 방법이 없다”(수도권 재선 의원) 등의 말이었다. 수면 위로 부상한 건 지난 15일 당정 회의에서다. 부동산 대책이 그린벨트 해제 등 서울 공급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되자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은 “서울과 경기권 과밀현상이 심화하면 국토균형발전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낙연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철학을 되살려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이) 완성이 됐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육·부동산·교통 정책이 제대로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김경수 경남지사도 “행정수도 이전은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저변엔 “이 사안을 헌법재판소로 또 가져가도 이번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라는 초유의 논리로 그것을 막았던 것이 2004년 16년 전이다. 세월도 많이 흘렀다”며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그 당시에도 관습 헌법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반론도 있었고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새 법이 만들어지면 또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되겠지만, 그동안 헌재 구성이 많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새로 임명됐는데,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새로 임명된 재판관 다수가 우리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등 진보성향 인사다.
 

“부동산 실정 덮으려고 수도 이전이냐”

민주당은 이날 정치권·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를 제안하면서 “여야 합의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라고 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을 결정적 대책처럼 포장한다”며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주장했다. 전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가 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했다.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종택 기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종택 기자

2004년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결정을 받아 낸 이석연 변호사(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 또다시 헌법소원을 하겠다”고 했다.“정부·여당은 완전한 정책 실패인 부동산 문제를 덮기 위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수도를 옮기겠다는 발상을 펴고 있다”면서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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