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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시사음식] 오징어를 지켜라

중앙일보 2020.07.22 00:37 종합 24면 지면보기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오징어가 돌아오고 있다. 일명 ‘금징어’에서 다시 오징어로 제 이름을 찾았다. 2008년 2만5378톤에서 2016년 7297톤으로 급감한 뒤 2019년까지 같은 추세를 이어온 오징어 생산량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올해 6월 현재 지난해보다 8배 이상, 2년 전보다 5배 이상 많다.
 
오징어가 몇 년간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북한 수역의 중국 어선 규모가 늘어났다. 2004년 144척에서 2014년 1904척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3년(2017~2019) 연평균 2000여 척이 북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어선은 쌍끌이같이 촘촘한 그물로 어류를 싹쓸이한다.  
 
이와 반비례해서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급감했다. 여기에 불법 조업과 오징어 주산지인 동해안의 어부들이 채낚기(낚시)로 잡는 것과 달리 서해와 남해의 근해자망 어선이 그물로 잡는 것도 문제가 됐다.
 
오징어. [사진 박정배]

오징어. [사진 박정배]

둘째, 바다 수온의 변화다. 결정적인 원인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근해의 바다 수면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닷속 온도는 좀 복잡하다. 우리나라 바다는 아열대 어종 서식지 북방한계선이고 냉수성 어종 서식지 남방한계선이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에 따르면 1988~1989년 우리나라 바다 표층은 동·서·남해를 가리지 않고 수온이 급상승했다. 반면 수심 100~200m 온도를 보면 고성 앞바다에서는 1990년대 이후 큰 변화가 없었으나 북한 해역인 함흥과 명태 주 산란장인 원산 앞바다에서는 섭씨 3도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동해 남단인 영일만의 경우 오히려 2도가량 내려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의하면 지난달 동해 연안 수온은 지난 5년 평균보다 높게 형성됐다. 오징어 서식 적정 수온인 17~18도가 유지되면서 오징어 어장이 넓게 형성됐고, 어획량 또한 크게 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해안에 오징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오징어는 조선시대 내내 한반도 바다 전역에서 잡혔다. 조선시대에 오징어는 진상품(세종실록 1421년 1월 13일)이었다. 『만기요람』(萬機要覽·1808년)에 따르면 참조기(8푼)보다 비싼(생오징어, 6전) 어물이었다. 1930년대까지도 오징어 생산량은 조선의 주요 수산물 중 44위에 머물 정도로(1939년 7월 8일, 동아일보)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1940년대 이후에 바다 기온의 변화로 어획량이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60년대가 되면 조기에 이어 2위의 어획고를 기록하면서 국민 어물로 등극했다. 2020년 6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로 오징어가 꼽혔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의 동해 오징어의 급격한 감소는 보다 깊이 있는 과학적 분석을 필요로 한다. 명태가 떠난 텅 빈 동해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지 않은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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