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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났네 이재용·정의선 ‘미래차 동승’

중앙일보 2020.07.22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이재용(左), 정의선(右)

이재용(左), 정의선(右)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전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찾은 데 대한 답방 성격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서 2차 회동
자율주행차·수소차도 함께 시승
차량용 반도체, 전자장치부품 등
한국 1·2위 기업 미래협력 가시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5월 회동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이번 회동은 미래 차 시장 전반의 협력관계 모색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두 회사 경영진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도 시승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이 부회장과 동행한 것이 눈길을 끈다. 재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반도체 중심 전장(전자장치)부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전장사업은 인공지능(AI)·5G·바이오와 함께 삼성의 4대 신성장 사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선 퀄컴 등에 아직 뒤처져 있다.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 시장도 노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 선점을 독려하기도 했다. MLCC는 반도체나 고정밀 집적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기를 저장했다가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일반 자동차에는 5000여 개의 MLCC가 장착되며 테슬라 전기차엔 1만5000여 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율주행·전기차가 고도화하면 차량당 3만개 이상의 MLCC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순수전기차 양산에 돌입한다. 2021년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원년인 셈이다.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글로벌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해 세계 전기차 시장 선두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미래 구상과 현대차의 미래 차 개발이 맞물리면서 국내 재계 1·2위 기업의 협력이 가시화됐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테슬라의 급성장으로 격화한 미래 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첨단 부품 업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으로선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현대차그룹은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선대부터의 라이벌 관계 때문에 두 기업은 그간 협력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공동으로 투자한 적이 있다.
 
한국 대표 기업 간의 협력이 본격화하면서 격화하는 지역주의·보호무역주의에도 자연스럽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전장·자율주행 등을 위시한 미래 차 분야가 한국 산업의 미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우·김영민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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