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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노렸나…KBS '검언유착 오보'에 의심의 눈길

중앙일보 2020.07.21 16:52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KBS의 이른바 '검언유착' 관련 오보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하루 만에 오보를 시인할 정도로 허술한 보도를 메인 뉴스에 내보낸 뒷배경으로 '수신료 인상을 위한 코드 맞추기'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KBS는 18일 'KBS 뉴스9'에서 이모 전 채널 A기자와 한상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대화 녹취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다. 하지만 이 전 기자가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한 검사장이 보도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19일 'KBS 뉴스9'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보도 하루 만에 사과를 할 만큼 무리한 보도를 한 이유에 대해 KBS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종을 놓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보도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노조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KBS 공영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내고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간다 스피커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해당 대화 녹취는 누구로부터 입수했고, 직접 취재한 것인가”라며 “취재진이 입수했다는 ‘대화 녹취’의 정체에 대해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이번 보도가 최근 KBS의 편향성 논란과 맞물리면서 공영방송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BS는 최근에도 ‘저널리즘 토크쇼 J’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진행자 등을 불러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보도를 공격하거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질타를 받은 것이다. 특히 5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면서 해당 재판에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출연시킨 것은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사건의) 핵심 당사자에게 오해 살만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진보성향 학자이자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온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달 10일 한 세미나에서 “저널리즘을 바로잡겠다는 KBS의 ‘저널리즘토크쇼J’ 등은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방송계 안팎에선 KBS가 숙원사업인 수신료 인상 때문에 정권의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권마다 KBS의 여권 편향성은 논란이 됐지만 최근 ‘검언유착’ 논란 등은 너무 과도하다”며 “KBS가 이번에는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노골적인 친여적 방송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과거에도 친여 논란과 함께 정치적 쟁점으로 작용하곤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가 야당이 국회를 파행시키자 철회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70여석을 확보한 데다 18개 상임위원장 꿰차면서 여권이 밀어붙일 경우 KBS 수신료 인상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일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청문위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 수신료 인상을 적절한 규모로 할 때가 됐다”고 말하자 한 후보자가 “현실화돼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화답하며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권의 의지를 내비쳤다.
 
더욱이 KBS는 과거보다 수신료 인상이 절박한 상황이다. 2018년 4월 양승동 사장 취임 후 적자로 전환한 KBS는 지난해 759억 원의 사업손실을 냈다. KBS 경영진은 24일 비공개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올해 1000억원의 적자폭을 예상하며 2023년까지 1000명을 감축하는 ‘경영혁신안’을 제출했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간사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박성중 미래통합당 간사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최근 박성제 사장이 ‘공영방송’임을 부각하며 ‘수신료 분배’를 요구한 MBC도 이번 논란과 연결되어 있다. 
MBC는 3월 31일 이모 채널A 전 기자가 현직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며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MBC는 20일에도 ‘이철 전 대표를 압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범죄정보를 얻자’는 이모 전 기자의 제안에 한 검사장이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고 수긍했다는 보도를 했다. 
 
한편 21일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KBS와 MBC의 보도를 반박한 이모 기자 측은  “MBC 보도가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표현과 구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KBS와 MBC가) 정치적 이유에서 사안을 무리하게 ‘검언유착’으로 몰고 가다가 역으로 ‘권언(權言)유착’의 꼬리를 밟힌 셈”이라며 “KBS와 MBC는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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